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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존재감’이 드러나는 현장 미국 뉴욕 9/11메모리얼박물관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사고를 지켜봤던 나에게 9/11 뉴욕 테러는 또 하나 망연자실의 기억으로 새겨져 있다. 그게 어디 나뿐이랴. 2,977명의 희생자를 낸 2001년 9월 11일의 뉴욕 테러는 전 세계인의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은 사건일 것이다. 이제 그것은 9/11메모리얼박물관에서 ‘그리워하고 기억하는 현장’으로 남아 사람들을 맞고 있다. 사건의 순간을 전 세계가 동시에 인식한 전례 없는 현장. 그곳에는 사람들이 들려주고, 그들이 감싸고 있던 이야기로 가득했다. 어느 날 우연히 테드(TED)를 통해, 제이크 바튼(전시기획자. 미 ‘로컬 프로젝트’사 대표)의 짧은 강의를 보았다. 늘 새로운 아이디어로 세상을 놀라게 하는 사람이다. 그가 주도한 ‘역사를 만들다’라는 프로젝트 이야기는 9/11메모리얼박물관.. 2023. 3. 16.
추억 속에서 신인류가 되어보는 곳 강원 정선 '추억의 박물관' 레트로(Retro). 회상, 추억이라는 뜻의 영어 ‘Retrospect’의 준말이다. ‘복고(復古)’로 번역되기도 하니 ‘오래된 것을 되돌리다’라는 뜻이 되기도 한다. 회상, 이 말이 요즘 ‘옛날의 상태로 돌아가거나 과거를 그리워하여 본뜨려고 하는 것'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이해할 수 도 있다. 즉 단순히 옛 것에 대한 향수 때문에 과거의 것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 담성에 맞는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창조하는 의미다. 현대 문명에서 느껴지는 속도감의 불안 대신 친숙함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장치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오늘은 고현학(考現學)의 다리를 지나 ‘레트로’ 박물관 속으로 곧장 걸어가 볼 참이다. 정선 ‘추억의 박물관’의 진용선 관장을 찾아가는 길은 아라리 가락처.. 2023. 3. 15.
체험형 박물관의 새로운 전형 일본 모지코 간몬해협박물관 간몬해협은 일본 혼슈 서쪽 끝 항구인 시모노세키시(下関市)와 기타큐슈시 모지구(門司区 )사이의 해협이다. ‘하관(下関 )’에서 ‘관(関)’을 따고 ‘모지(門司)’에서 ‘문(門)’을 따 ‘간몬( 関門)’이라는 이름이 취해졌다. 규슈의 관문이자 혼슈로 가는 길목이고, 대한해협과 세토나이카이( 瀬戸内 海) 두 바다를 잇는 해상 통로로 수많은 컨테이너선과 여객선이 오고 간다. 폭이 좁고 유속이 빨라 그만큼 사고가 잦은 곳이기도 하다. 해협을 건너는 간몬교가 있고, 그 바다 아래 해저로 간몬터널이 통한다. 모지코(門司区 )레트로 지구에는 이 해협을 테마로 문을 연 간몬해협박물관이 자리한다.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는 역사의 큰 무대였던 간몬해협의 장대한 이야기를 엮은 체험형 박물관으로 이 지구의 랜드마크가 되어 있다.. 2023. 3. 14.
인연을 잇는 나무와 칼의 명상처 경남 함양 이산책판박물관 무주의 덕유산이 상상 이상의 절경을 품고 이곳까지 뻗어 있는 줄 몰랐다. 한때 넘치는 젊은 패기를 주체 못 해 떠난 한 장인이 남덕유산 자락 함양 땅으로 20년 만에 돌아와 박물관 하나를 지어놓았다. 한국 기록문화에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킨 책판(冊版)을 연구하고 복원하기 위해 2014년 10월에 개관한 국내 유일의 책판박물관 ‘이산책판박물관’이다. 이산(以山) 안준영 관장이 직접 복원한 무구정광대다라니경(無垢淨光大陀羅尼經), 고려대장경, 훈민정음 언해본, 훈민정음으로 기록된 최초의 문헌인 용비어천가 등 문화재급 책판 약 1,000여 점과 함께 고서 표지를 장식하는 능화판·고판화·고서(古書)·민화·시전지·제작 도구 등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목판에 글자를 새겨 책을 인출하기 위해 만든 판목(板木)인 책.. 2023. 3. 13.
보고 만들고 노는 데 충실해지는 곳, 일본 도쿄장난감박물관 이곳은 많은 사람이 한마음으로 만든 박물관이다. 폐교를 활용했다는 점, 자연친화적이라는 점, 봉사자들이 운영의 중심이 된다는 점이 반가워 달려간 곳이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우리의 방식과는 아주 달랐다. 도쿄장난감박물관은 비영리활동법인 일본굿토이위원회(예술놀이창조협회)가 폐교된 신주쿠의 요츠야 제4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해 1984년 개관했다. 개관할 때 ‘한구좌관장’이라는 모금 프로그램을 통해 기부자들을 명예관장으로 모셨다. 여기에 자원봉사자들의 금쪽같은 시간들이 쌓였다. ‘세계의 장난감과 친구가 되자’는 슬로건으로 ‘보고, 만들고, 논다’는 세 가지 기능에 집중했다. 교실에는 전 세계에서 수집한 수만 점의 장난감들이 펼쳐져 있다. 가라쿠리, 즉 전통 자동인형들도 빠지지 않는다. 마음을 치유하는 나무.. 2023. 3. 9.
과천에서 다시 태어난 추사 경기 과천 추사박물관 추사 김정희(1786~1856)의 생애를 촘촘히 쫓아가며 수런수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의미 깊은 일이다. 모르는 사람도 없지만 아는 사람도 없다는 추사 김정희. 추사는 이른바 추사체를 창안한 서예가이며 19세기 전반 청나라 고증학의 정수를 가장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해 실시구시설을 주창한 학자이다. 무학대사의 비로 알려진 북한산의 비석이 신라 진흥왕의 순수비임을 밝혀내는 등으로 금석학을 학문의 반열에 올려놓은 분이기도 하다. 충남 예산 용궁리의 고택에서부터 제주도 대정현의 유배길을 거쳐 과천의 초당으로 돌아와 머물다 마감한 그의 70 평생의평생의 행로는 숙연하기 그지없다. 그 많은 고장 가운데서도 과천은 선친의 3년 상을 치른 곳이자 북청 유배에서 풀려 난 뒤 4년간 머물면서 학문과 예술의 절정기를 맞.. 2023. 3. 9.
추사체를 만끽하는 야외전시장, 경북 영천 은해사 조계종 제10교구 본사인 영천 은해사(銀海寺)는 아름다운 절이다. 불·보살·나한 등이 마치 ‘은빛 바다가 춤추는 극락정토’를 이루고 있는 듯해서 ‘은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안개가 끼고 구름이 피어날 때면 은빛 바다가 물결치는 듯 보인다’고 해서 그렇게 불렀다는 설도 있다. 신라 헌덕왕 1년(809)에 창건한 이 절은 동화사와 더불어 진산인 팔공산을 대표하는 사찰로 소문나 있다. 하지만 전국에 흩어져 있는 추사 글씨가 이곳에 가장 많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다. 특히 흥미롭게도 만년에 든 추사의 자취를 이곳에서 만끽할 수 있다. 1847년의 화재로 소실된 은해사를 중건하면서 혼허 스님은 추사에게 현판 글씨를 부탁했다. 「은해사 중건기」(1862)에 주지 혼허 스님이 “대웅전,.. 2023. 3. 8.
시간의 향수를 파는 곳 일본 분고타카다 쇼와노마치 시간이 멈춘 마을, 일본 오이타현 분고타카다(豊後高田). 에도시대부터 쇼와 30년대까지 구니사키 반도에서 가장 번성한 곳이었지만 이제는 1950년대 옛 건물을 그대로 쓰고 있는 한 지방도시일뿐이다. 하지만 그곳의 쇼와노마치(昭和の町)는 ‘옛 정취가 그리울 때 꼭 한 번 가봐야 할 마을’로 꼽히고 있다. 그곳이 쇼와시대(1926~1989) 당시의 활기가 살아있는 따뜻하고 정겨운 마을로 다시 태어났기 때문이다. 후쿠오카에서 JR닛포혼센(JR日豊本線)으로 2시간 남짓, 마을 어귀 낡은 버스 터미널과 조그만 대합실, 흑백 사진 속 빛바랜 추억으로 남은 건물들이 지난 반세기 동안 쇠락만 거듭하던 이 마을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실제로 일본에서 가장 낙후된 도시로 꼽힐 만큼 미래가 어두웠던 이 마을은 “언제 .. 2023. 3. 7.
캐나다 오타와 캐나다전쟁박물관 ‘무명용사의 묘’ 2017년, 오타와의 캐나다전쟁박물관은 다양한 전시와 프로그램으로 ‘비미 리지 전투(Battle of Vimy Ridge)100주년’을 기념하고 있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일원으로 참가한 캐나다 군대가 프랑스 비미 리지에 참전해 승리한 것을 기념하는 특별전이다.당시 캐나다 참전 용사들은 전략 요충지 비미 능선을 독일군으로부터 탈환하는 데 성공한다. 이 전투에서 영국연방 최초로 참전해 장렬하게 전사한 이들의 대부분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청년들이었다. 사흘 동안의 전투에서 3,600명이 전사했고 7,00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같은 희생으로 얻은 전공 덕분에 캐나다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 조약의 서명국으로 참가할 수 있었다. 비미가 ‘세계 속에서 캐나다가 탄생한 장소’라 평.. 2023. 3. 6.
‘생거진천’의 필연으로 세워진 충북 진천 종(鐘)박물관 충북 진천 석장리는 국내 최초, 4세기쯤으로 추정되는 고대 철 생산 유적지가 발견된 곳이다. 이런 유서로 진천 군립(郡立) 종박물관이 2005년 문을 열었고, 2012년에는 주요무형문화재 112호 주철장 원광식 장인이 지닌 기술을 일반인들도 접하게끔 전수교육관도 개관되었다. 전시실은 ‘종의 탄생’으로부터 ‘범종의 역사’, ‘성덕대왕신종 주조과정’, ‘한국 종의 비밀’, ‘세계의 종’ 등으로 이어진다. 종으로 우리의 역사가 설명되고 전통미학에 우리 과학까지 가늠할 수 있음에 놀라움이 더해진다. 한국 범종의 역사, 소리의 신비, 합금의 비밀 등을 한자리에서 알게 되기란 쉽지 않다. 현재 남아 있는 신라 종 11기 중 5기가 일본에 있는 내력, 세계의 종소리로 피치와 템포를 분석해 만든 공식에 대입해 최고의 .. 2023. 3.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