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66 삶과 죽음이 둘이 아님을 깨치는 공간, 서울 쉼박물관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면서 죽음이라는 것이 쉼표인지 마침표인지 궁금했던 적이 있었다. 죽어서 가는 세상이 있다 하니 피안의 언덕을 바라보며 쉬다 가는 것이 맞을 거란 생각과, 기척 없이 계신 걸로 보아 그야말로 촛불 꺼지듯 가버렸다는 생각에 마침표와 같을 거란 생각으로 혼란스러웠다. ‘아름다운 마침’을 주제로 하는 박물관이 있다. 2007년 10월, 개관기념전 ‘상상 너머’를 열면서 탄생한 서울 홍지동의 쉼 박물관이다. 죽음은 꽃상여 타고 기쁘게 쉬러 가는 것이라는 옛사람들의 철학을 그 이름에 담아 ‘죽음’을 문화로 보여주는 장례박물관이다. 이곳에서 전통 상여(喪輿)와 혼백을 운반했던 요여(腰輿), 상여를 장식한 각종 꼭두와 용수판 등을 통해 조상들의 죽음에 대한 철학을 엿볼 수 있다. 2006년에 남편을.. 2023. 3. 24. 사람은 세상에 들려줄 이야기가 있다, 미국 구술프로젝트 '스토리코어' ‘움직이는 박물관’이라고 해야 할지, ‘오럴 뮤지엄(Oral Museum)’이라고 해야 할지 아직도 망설여지는 곳. ‘이야기 군단(軍團)’쯤으로 번역될 ‘스토리코어(StoryCorps)’라는 독특한 이름은 ‘구술기록’을 모은 것으로 박물관을 기능을 하고 있다. ‘보통 사람들의 역사가 모여 있는 곳’이라 하면 좀 더 적당한 표현일 수 있을까. 이러한 구술기록 프로젝트를 창안한 사람은 전직 라디오 프로듀서인 데이브 아이세이(Dave Isay)다. ‘어떤 사람이든 저마다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는 생각이 이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역사’와 ‘이야기’의 어원은 모두 라틴어 ‘히스토리아’로 모인다. ‘역사=이야기’라는 의미다. 역사에 그냥 지나간 시기가 없듯이, 인생에도 그냥 지나친 시간은 없었을 것이다... 2023. 3. 23. 여러 나라로 여행 체험, 일본 다자이후 규슈국립박물관 '아짓파' 후쿠오카현 다자이후에 자리한 규슈국립박물관은 일본의 네 번째 국립박물관으로 2005년 10월 ‘일본문화는 아시아와 어떠한 관계를 맺으면서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해 왔는가’를 테마로 개관했다. 메이지시대 이후 100년 만에 지어져 화제를 모은 일본 최대 규모의 국립박물관으로 ‘바다의 길, 아시아의 길(海の道, アジアの路)’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옛날부터 아시아 국가와의 교류를 통해 번성했던 이 지역에 잘 어울린다. 후쿠오카 인근의 유명 관광지 다자이후텐만구(太宰府天満宮)에서 무빙워크로 층층이 연결되어 접근성이 좋다. 에메랄드빛 외관이 돋보이는 박물관을 들어서면 1층에 아시아 문화의 체험형 전시공간 ‘아짓파’(あじっぱ)가 자리하고 있다. 오감(五感)으로 아시아의 문화와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얼핏 .. 2023. 3. 22. 삶의 방식에 한없이 솔직한 박물관, 호주 멜버른 빅토리아이민박물관 역사의 혼탁한 시대를 대표하는 단어 하나로 나는 ‘이민’을 들고 싶다. 삶의 터전을 옮긴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원하면 갈 수 있는 땅이 있고, 원했지만 갈 수 없는 곳이 있고, 싫어도 쫓기듯 가야만 했던 곳이 있다. 망향가만 부르면서 돌아오지 못한 땅도 있었다. 시간이 흘러 울컥한 순정으로 바라보지도 않고, 시절의 바람기로도 가늠할 수 없는,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역사의 현장이 되어버린 곳. 이제는 사회통합과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논쟁들이 '이민박물관'으로 이어지고 있다. 1770년 ‘테라 눌리우스(terra nullius·누구에게도 속하지 않은 땅)’라는 개념으로 시작된 호주의 이민제도에는 ‘백호주의(白濠主義, White Australianism)’라는 선입견이 자리한다. 하지만 이 백호주의는.. 2023. 3. 21. 진리는 역사인가 예술인가, 강원 원주 명주사 고판화박물관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 치악산을 바라보며 달리다 꺾어져 좁은 산길로 접어들어 올라서면 닿는 곳, 해발 600m 높이의 아늑한 터에 명주사가 있다. 저 멀리 감악산을 마주하고 뒤로 치악산 매봉을 두른 절집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벌써 마음자리가 편안하다. 1998년 창건이니 불과 20년 남짓, 그래서일까? 대웅전과 경내 석탑, 그리고 불상들이 서로 친구같이 잘 어우러진 이 절집은 전통의 굴레를 훌훌 털어버린 듯 너와지붕을 머리에 이고 있다. 게다가 동서양 고판화 수천 점을 소장한 우리나라 유일의 고판화박물관이 여기에 있다. ‘치악산 명주사 고판화박물관’, 친숙한 분위기의 로고는 유명 판화가 이철수의 솜씨이다. 불교미술을 전공한 것도 모자라 최근 한양대에서 박물관교육학 박사학위까지 받은 명주사 주지이자 고판화.. 2023. 3. 20. 낮은 목소리의 마지막 역사교실 '나눔의 집' 일본군'위안부'역사관 일본군‘위안부’. UN 등에서는 그 본질을 잘 드러내주는 ‘성노예’(sexual slave) 또는 ‘성폭력 피해자’라는 표현으로 쓰인다. 1998년 8월 개관한 경기도 광주의 ‘나눔의 집’ 부설 일본군‘위안부’ 역사관은 세계 첫 일본군‘위안부’ 박물관이다. 일본군 ‘성노예’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보금자리인 ‘나눔의 집’이 처음 서울에 들어선 것은 1992년이었다. 3년 뒤 ‘나눔의 집’은 경기도 광주로 옮겨졌다. 바로 이곳에 ㈜대동주택의 기증으로 1998년 8월 일본군‘위안부’역사관이 처음 세워졌다. 2017년에는 유품전시관과 추모기록관을 둔 제2역사관을 개관했다. 할머니생활관, 교육관을 비롯해 모두 10개의 전시장과 다양한 추모공간으로 조성된 이곳은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올바른 역사를 만드는 현장’.. 2023. 3. 19. 창의도시의 놀라운 역사와 산업의 이력서 시애틀 '역사산업박물관'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은 하이테크 기술을 자랑하는 비옥한 아이디어의 땅이다. 마이크로소프트·코스트코·보잉·UPS·스타벅스 등 글로벌 기업들의 본사가 있어 더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그곳에 역사산업박물관(MOHAI)이 있다. 전 세계에 엄청난 파급력을 가진 그 기업들의 혁신 생태계가 살아 숨 쉬는 덕분에 미국에서도 가장 성장이 빠른 도시로 부러움을 사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애틀의 차별화된 라이프 스타일이 기업의 경쟁력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창의도시 시애틀의 놀라운 이력서는 바로 시애틀 역사산업박물관(Museum of History & Industry) 즉 ‘모하이(MOHAI)’에 고스란히 들어 있다. 19세기 초 작은 도시에서 세계적인 항구도시로 성장하기까지 시애틀의 역사 속에 등장하는 세계 유명 회사들의 .. 2023. 3. 17. ‘인간의 존재감’이 드러나는 현장 미국 뉴욕 9/11메모리얼박물관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사고를 지켜봤던 나에게 9/11 뉴욕 테러는 또 하나 망연자실의 기억으로 새겨져 있다. 그게 어디 나뿐이랴. 2,977명의 희생자를 낸 2001년 9월 11일의 뉴욕 테러는 전 세계인의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은 사건일 것이다. 이제 그것은 9/11메모리얼박물관에서 ‘그리워하고 기억하는 현장’으로 남아 사람들을 맞고 있다. 사건의 순간을 전 세계가 동시에 인식한 전례 없는 현장. 그곳에는 사람들이 들려주고, 그들이 감싸고 있던 이야기로 가득했다. 어느 날 우연히 테드(TED)를 통해, 제이크 바튼(전시기획자. 미 ‘로컬 프로젝트’사 대표)의 짧은 강의를 보았다. 늘 새로운 아이디어로 세상을 놀라게 하는 사람이다. 그가 주도한 ‘역사를 만들다’라는 프로젝트 이야기는 9/11메모리얼박물관.. 2023. 3. 16. 추억 속에서 신인류가 되어보는 곳 강원 정선 '추억의 박물관' 레트로(Retro). 회상, 추억이라는 뜻의 영어 ‘Retrospect’의 준말이다. ‘복고(復古)’로 번역되기도 하니 ‘오래된 것을 되돌리다’라는 뜻이 되기도 한다. 회상, 이 말이 요즘 ‘옛날의 상태로 돌아가거나 과거를 그리워하여 본뜨려고 하는 것'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이해할 수 도 있다. 즉 단순히 옛 것에 대한 향수 때문에 과거의 것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 담성에 맞는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창조하는 의미다. 현대 문명에서 느껴지는 속도감의 불안 대신 친숙함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장치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오늘은 고현학(考現學)의 다리를 지나 ‘레트로’ 박물관 속으로 곧장 걸어가 볼 참이다. 정선 ‘추억의 박물관’의 진용선 관장을 찾아가는 길은 아라리 가락처.. 2023. 3. 15. 체험형 박물관의 새로운 전형 일본 모지코 간몬해협박물관 간몬해협은 일본 혼슈 서쪽 끝 항구인 시모노세키시(下関市)와 기타큐슈시 모지구(門司区 )사이의 해협이다. ‘하관(下関 )’에서 ‘관(関)’을 따고 ‘모지(門司)’에서 ‘문(門)’을 따 ‘간몬( 関門)’이라는 이름이 취해졌다. 규슈의 관문이자 혼슈로 가는 길목이고, 대한해협과 세토나이카이( 瀬戸内 海) 두 바다를 잇는 해상 통로로 수많은 컨테이너선과 여객선이 오고 간다. 폭이 좁고 유속이 빨라 그만큼 사고가 잦은 곳이기도 하다. 해협을 건너는 간몬교가 있고, 그 바다 아래 해저로 간몬터널이 통한다. 모지코(門司区 )레트로 지구에는 이 해협을 테마로 문을 연 간몬해협박물관이 자리한다.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는 역사의 큰 무대였던 간몬해협의 장대한 이야기를 엮은 체험형 박물관으로 이 지구의 랜드마크가 되어 있다.. 2023. 3. 14. 이전 1 2 3 4 5 6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