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외 박물관 이야기

여러 나라로 여행 체험, 일본 다자이후 규슈국립박물관 '아짓파'

by 뽀키2 2023. 3. 22.

책 안내 사이트

후쿠오카현 다자이후에 자리한 규슈국립박물관은 일본의 네 번째 국립박물관으로 2005년 10월 ‘일본문화는 아시아와 어떠한 관계를 맺으면서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해 왔는가’를 테마로 개관했다.

규슈국립박물관 전경
규슈국립박물관 전경

메이지시대 이후 100년 만에 지어져 화제를 모은 일본 최대 규모의 국립박물관으로 ‘바다의 길, 아시아의 길(海の道, アジアの路)’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옛날부터 아시아 국가와의 교류를 통해 번성했던 이 지역에 잘 어울린다. 후쿠오카 인근의 유명 관광지 다자이후텐만구(太宰府天満宮)에서 무빙워크로 층층이 연결되어 접근성이 좋다. 에메랄드빛 외관이 돋보이는 박물관을 들어서면 1층에 아시아 문화의 체험형 전시공간 ‘아짓파’(あじっぱ)가 자리하고 있다. 오감(五感)으로 아시아의 문화와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얼핏 보면 요란한 외관이 영락없는 기념품 가게다.

박물관 1층의 아짓파 입구
박물관 1층의 아짓파 입구

여행을 모험과 순례로 나눠본다면 ‘아짓파’는 순례에 더 가까운 여행일 것이다. ‘가깝고도 먼’ 아시아의 나라들을 찬찬히 경험해 본다는 사실만으로도 아이들에게는 경이로운 여행이 아닐 수 없다. ‘아짓파’는 ‘아시아 노 하라파(아시아의 들판)’의 줄임말이다. 일본이 고대부터 교류해 온 아시아의 많은 나라들의 문화를 방문객들에게 전해주는 무료 인터랙티브 전시장으로 소문나 있다. 한국·중국·몽골·베트남·태국·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는 당연하고, 옛날 일본과 활발한 교역을 벌였던 포르투갈·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들의 부스가 포장마차처럼 마련되어 있다. 각 나라의 전통적인 의상이나 생활용품, 악기·장난감·인형 등도 만져볼 수 있어 그야말로 아시아의 활기찬 전통시장에 온 기분이다. ‘아짓파’는 눈길을 끄는 작품들의 전시장인 ‘아지안’과 아시아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고고학자 체험을 해볼 수 있는 테마공간 ‘아지갸라’, 그리고 아시아의 음악을 듣거나 풍경을 볼 수 있는 ‘다나다’ 등으로 구성돼  ‘아시아의 교류’라는 공간 모토를 각각의 색깔 있는 콘텐츠로 잘 살리고 있다. ‘학습’과 ‘체험’을 ‘놀이’로 승화시키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전시 내용은 그때그때 바꾸지만 ‘아시아를 느낀다’는 주제를 늘 지켜가고 있다는 그들의 자부심이 느껴진다.

아짓파 내 한국관과 몽골관
아짓파 내 한국관과 몽골관

한국관에는 팽이·윷·제기 등의 전통놀이기구와 탈, 전통 의상 들도 있고, 또 한국의 조각보를 이용한 그림 그리기와 퍼즐 맞추기를 할 수 있는 체험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호랑이가 그려진 민화도 친숙하다. 몽골의 전통악기 ‘마두금’, 타이 체스 ‘맥룩’, 인도네시아의 전통놀이 ‘다콘’ 같은 것도 스스럼없이 만져보고 재미있게 겨뤄볼 수 있다. 나는 ‘아짓파’를 나서며, 아직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다문화’를 생각했다. 다문화(多文化)는 당연히 ‘복합문화’여야 하고 ‘다름을 인정하는 문화’여야 한다. 그냥 여럿이 모여만 있는 게 다문화가 아니다. 지금과 같은 배타적인 이민정책과 고집스러운 동화(同化) 정책으로는 아시아와 세계를 마음껏 호흡한다는 건 공허한 구호일 뿐이다.

아짓파의 체험학습공간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