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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박물관 이야기

이야기를 통해 확고해지는 신념 미국 LA 스커볼문화센터 ‘노아의 방주’

by 뽀키2 2023.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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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에서 가장 역동적이자 감동적인 유대인 문화공간이라 할 스커볼문화센터는 타인종에게 유대인 알리기를 운영 목표로 탄생한 곳이다. 랍비인 잭 H. 스커볼(1896~1985)의 이름을 딴 스커볼문화센터가 5년간의 준비 끝에 선보인 문화체험 놀이터 ‘노아의 방주’는 문을 열자마자 경이로움 그 자체로 LA 최고의 ‘must go’ 명소로 급부상했다.

노아의 방주 입구, 폐품으로 만든 리사이클 동물 조형물들
노아의 방주 입구, 폐품으로 만든 리사이클 동물 조형물들

구약성서 창세기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 이야기에서 노아는 하느님의 명령으로 배를 만들어 가족과 짐승과 새를 싣고 큰 홍수에도 살아남게 된다. 이 배와 사람과 짐승과 새들이 함께 있는 현장이 재현된 것이다. 아이디어 넘치는 동물인형, 20m 길이의 방주, 함께 놀 수 있는 3만 개의 나무동물 등으로 이곳은 종교나 인종을 넘어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이 꼭 가볼 만한 나들이 코스로 각광받게 되었다. 특히 기독교인들은 성경으로 읽어온 내용을 자녀들과 함께 몸으로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도 된다. 역시, “유대인은 이야기를 통해 자신들의 삶과 문화의 가치를 전달하는 전통이 있다”는 말에 수긍이 간다.

우리가 살려냈다는 자부심을 갖게 하는 300여 개 동물장난감의 일부
우리가 살려냈다는 자부심을 갖게 하는 300여 개 동물장난감의 일부

‘노아의 방주’ 이야기는 절대자의 명령에 충실하게 따름으로써 구원을 받은 역사라는 점에서 유대인에게는 ‘선택된 민족’이라는 자부심을 안겨주는 신앙적 사건이다. 이쯤에서 유대교 문화센터에 이 ‘노아의 방주’ 놀이터가 세워진 이유를 이해하게 된다. 노아는 중동지역 신화 속 인물이기도 해서 이곳에는 히잡 차림 가족들의 모습도 자주 눈에 띈다. 입구를 들어서면 유명작가들이 놀라운 창의력으로 온갖 폐품을 활용해 만든 300여 동물을 만난다. ‘우리가 살려낸다’는 의미다. 라오스 대나무로 만든 아시아코끼리, 키보드로 만든 얼룩말. 양의 머리는 자전거의 안장으로, 악어의 벌린 입은 바이올린 케이스로 만들었다. 사자는 젓가락 수염과 거대한 밀짚 갈기를 가지고 있다. 파리채는 홍학 다리로, 쇠스랑은 사슴뿔로 둔갑했고 쥘부채와 안경은 각각 올빼미와 나비 날개가 되었다.

노아의 방주는 이야기로써 시련-극복-공동선에 이르는 과정을 온몸으로 익히게 한다.
노아의 방주는 이야기로써 시련-극복-공동선에 이르는 과정을 온몸으로 익히게 한다.

방문객들은 성경에 나오는 비를 직접 만들고, 공기를 실린더 안으로 밀어 넣고, 폭풍을 움직이게 하고, 점점 늘어나는 물 위로 배를 떠다니게 한다. 누구든 노아가 되어 도르래로 모래주머니를 들어 올려 방주를 만들고, 동물을 컨베이어 벨트에 얹어 대피시킨다. ‘난장’ 같은 분위기이지만, 여러 에듀케이터들이 동물춤 동작으로 아이들을 이끌며 ‘노는’ 것을 돕는다. 화요일엔 노래 부르기, 수요일엔 세계의 홍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금요일에는 춤을 통해 폭풍우를 헤쳐 나갈 수 있는 인간의 힘을 경험하게 한다. 장애아를 위한 프로그램도 결코 소홀하지 않다. 방주를 나와 바깥 산책공간으로 나서면 스테인리스 스틸 벽에서 나오는 안개비가 무지개가 된다. 감탄사가 터진다. 이즈음은 캘리포니아의 물 사정이 나빠지면서 이를 실내의 특수효과로 대신하는 아쉬움이 적지 않겠다 싶다.

노아의 방주 스토리는 산책공간의 스테인리스 스틸 벽에 펼쳐지는 무지개 장면으로 절정에 이른다.
노아의 방주 스토리는 산책공간의 스테인리스 스틸 벽에 펼쳐지는 무지개 장면으로 절정에 이른다.

이 ‘노아의 방주’에서의 체험은 위대한 이야기의 힘으로 폭풍우를 경험하고 공동체를 경험하며 무지개와의 만남으로 나아가는 시련-극복-공동선의 과정을 온몸으로 익히는 교육이라 할 수 있다. 이 ‘노아의 방주’ 설계자는 누구일까. 의외였지만, 대구 S백화점에 있는 놀이공간 쥬라지(Zooraji)를 설계한 건축가 앨런 마스킨(Alan Maskin)이다. 박물관이 표현하기 힘든 가장 어려운 주제가 정체성이라고 한다. 이곳에서는 그들을 지켜온 옛이야기가 그야말로 정체성이 되어 위대한 민족을 만들어간다. 티 나지 않는 ‘마인즈 온’ 콘텐츠의 완성이다. 자연스럽게 환경의 문제, 생명의 문제로 마음을 움직인다. 이곳에서 다문화시대를 살아가는 상생의 묘안을 봤다면 지나친 생각일까. ‘아기 모세를 살린 상자’라는 의미의 방주 이야기 하나가 문화 콘텐츠의 여러 의미를 살려냈다는 생각에 나는 무릎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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