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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박물관 이야기

‘삶’을 테마로 한 전문박물관 일본 오사카 ‘생활의 금석관(今昔館)’

by 뽀키2 2023.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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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시민들의 100년 동안의 삶이 고스란히 모여 있다. 당연히 박물관이라 이름 붙여져야 하지만 ‘생활의 금석관(今昔館)’이라 불린다. 지금과 옛날을 비교하여 그 심한 차이에서 오는 느낌, 그 금석지감(今昔之感)을 가두어 둔 공간이라고 이해하면 될 듯하다. ‘오사카시립주택박물관’으로 회자되는 이유도 이해가 된다.

생활의 금석관 입구. 많은 이들은 오사카 주택박물관이라 부른다.
생활의 금석관 입구. 많은 이들은 오사카 주택박물관이라 부른다.

1999년 11월 오사카시립주거정보센터가 개설된 이후, 2001년 4월 개관한 ‘금석지감의 현장’은 1884년 서양목조건물을 시작으로 메이지(明治)시대 서양문화의 창구인 가와구치 거류지, 다이쇼(大正)시대의 근대적 연립주택이 들어선 신시가지, 현대화에 대비하는 쇼와(昭和)시대 상점가들, 그리고 전쟁 후 복구과정에서 시로키타 공원에 1951년까지 존속했던 버스주택에 이르기까지 100년 동안의 오사카 지역 주택역사를 1/50나 1/100 크기로 줄여 정교하게 만들어 먼저 보여준다. 물론 1953년부터 시작된 고도성장기, 유럽의 도시를 참고해 만든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알리는 신사이바시 쇼핑거리나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과 개선문을 본 따 지은 쓰텐카쿠(通天閣)의 미니어처를 보는 것도 시민들에게는 쏠쏠한 추억거리다. 지루한 전시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교한 인형으로 생동감 있게 연출된 집안의 풍경과 가족들의 모습이 30분마다 다른 모형으로 바뀌는 것도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낸다.

상점가가 실물 크기로 재현되어 마치야의 세시기라고 불린다.
상점가가 실물 크기로 재현되어 마치야의 세시기라고 불린다.

상설전의 타이틀이 재미있다. ‘모던 오사카 파노라마 유람’이다. 위층 전시실은 ‘마치야의 세시기(歲時記)’라고 불린다. 마치 드라마 스튜디오처럼 낮과 밤이 연출되고, 때로는 비가 오는 것 같은 특수효과도 보여주는 재미있는 공간이다. 여기에는 에도(江戶)시대인 1830년대 오사카의 상점가가 실물크기로 정교하게 재현되어 있다. 17세기부터 19세기까지 8만 채 정도 있었던 ‘마치야(町家)’, 즉 점포와 주거를 겸한 주택들이다. 최고의 상업도시로 번성했던 오사카의 마치야에 넘쳐났던 풍요와 번성함이 지금도 생생하게 전해온다. 4월부터 8월까지는 일본 3대 축제의 하나인 텐진마츠리를 재현하기에 ‘실내역사 재현테마공간’이라고 복잡하게 이름 붙여본다.

전후 복구과정에서 시로기타 공원에 1951년까지 존속해 있던 버스주택을 재현한 디오라마
전후 복구과정에서 시로기타 공원에 1951년까지 존속해 있던 버스주택을 재현한 디오라마

동틀 무렵부터 해질 무렵까지 시간의 변화를 조명과 음향으로 표현해 시시각각 다른 오사카의 표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닭이 울고 달이 뜨고 천둥치는 형세가 꽤 실감이 난다. 포목점·책방·약방·인형가게에서는 이것저것 자유롭게 만져보면서 당시의 생활상을 체험할 수 있다. 기모노 체험을 즐기는 사람들로 마치야가 더 붐벼 보이지만, 뒷골목으로 들어서니 빨래도 널려 있고 마당의 강아지와 지붕의 고양이 조형물들도 자연스럽기 그지없다. 전깃줄에 앉은 참새들의 풍경도 전혀 낯설지 않다. 100년간의 시간여행을 다녀온 느낌이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풍경들이 이어졌지만, 결코 다르지 않은 ‘삶’이 너무도 정교하게 놓여 있었다.

시대상을 잘 표현한 가족 풍경 미니어처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시대상을 잘 표현한 가족 풍경 미니어처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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