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외 박물관 이야기

잊혀진 시간을 모두 되찾아주는 곳 미국 워싱턴D.C. 뉴지엄

by 뽀키2 2023. 3. 30.

책 안내 사이트

1997년 미국 워싱턴D.C.의 서쪽, 버지니아 알링턴에 세워져 5년 동안 225만 명의 관람객을 맞이했던 언론박물관 ‘뉴지엄(newseum)’이 2002년 많은 이들의 아쉬움 속에 폐관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2008년 11월 비영리 언론단체 ‘프리덤포럼’이 워싱턴D.C. 한복판, 백악관과 국회의사당을 양편에 둔 위치에 다시 문을 열었다.

뉴지엄 6층에 있는 프론트 페이지 갤러리전 세계 80여 일간지의 1면이 매일 게시된다.
뉴지엄 6층에 있는 프론트 페이지 갤러리전 세계 80여 일간지의 1면이 매일 게시된다.

뉴지엄은 뉴스(News)와 박물관(Museum)의 합성어다. 워싱턴D.C의 이 새로운 뉴지엄은 이후 뉴스를 전하는 대중매체의 역사와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언론박물관의 대명사가 되고 있다. 박물관 건물 입구 흰 대리석 벽에는 언론과 종교 등 인간의 다섯 가지 기본적 자유를 보장하는 미국 수정헌법 제1조 전문이 크게 새겨져 있다. 그 의미가 어찌 미국인들에게만 통하는 것이랴. 뉴지엄은 세상을 바로 세우려는 언론인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동시에 많은 이들에게 정보와 즐거움을 제공하려는 본래의 목적도 있겠지만,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자유’의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해 세워졌다고 할 수 있다. 지하 1층 ‘오리엔테이션 극장’에서 ‘뉴스란 무엇인가’라는 영상물 감상으로 시작하는 박물관 투어는 ‘베를린 장벽 갤러리’에서 무너진 베를린 장벽의 실물을 보고 바로 꼭대기 층인 6층부터 오르게 된다.

베를린 장벽 갤러리 약 3.6미터 높이의 콘크리트장벽 8개가 전시되고 있다.
베를린 장벽 갤러리 약 3.6미터 높이의 콘크리트장벽 8개가 전시되고 있다.

6층 ‘펜실베니아 애비뉴 테라스’ 앞에는 전 세계 유명 일간지들의 1면이 전시되는 ‘프론트 페이지 갤러리’가 있다. 세계 80개 일간지에서 매일 PDF파일을 전송받아 이 갤러리와 여러 곳의 키오스크를 통해 그 메인 뉴스들을 보여주는 곳이다. 한참 동안 헤드라인을 보며, 참으로 다사다난한 지구촌의 오늘을 느낀다. 한국신문으로는 「중앙일보」와 「동아일보」가 보인다. 5층은 지난 반세기 동안의 언론사를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는 ‘뉴스의 역사’ 전시실. 4층은 9·11 테러 대참사를 알린 전 세계 127개국 신문의 1면 톱으로 꾸민 ‘9/11 갤러리’. TV·라디오·인터넷 등의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뉴스를 소개하는 전시관은 3층에 있다. 전시관 오른쪽은 취재 현장에서 숨진 언론인들을 기리는 추모의 벽이다. 혁명이 그러하듯 자유 또한 희생 없이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님이 가슴 저릿하게 다가온다.

보도사진이 연도별로 전시된 뉴스의 역사 전시실
보도사진이 연도별로 전시된 뉴스의 역사 전시실

거대한 반투명 유리에는 1837년부터 진실보도를 위해 희생된 언론인 1,900명의 이름이 그들의 국적과 함께 새겨져 있다. 현장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진실을 전달하고자 했던 그들의 노력과 열정에 누구나 숙연해지는 공간이다. 2층에는 뉴지엄 관람의 하이라이트 중의 하나인 NBC 뉴스 체험관’이 있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실제 방송 기자나 카메라 기자의 역할을 직접 해봄으로써 뉴스 보도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1층에는 실감나는 보도사진 68점이 시대별로 전시되어 있는 ‘퓰리처상 수상사진전’이 마련되어 있다. 흥미로운 시간의 터널을 3시간 넘게 누볐다. 뉴지엄의 전시실은 다른 박물관과 달리 시끄럽기 그지없다. 지금 동시대를 살아가는 인간 군상의 다양한 모습을 보며 관람객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낯선 옆사람과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세계 각국의 언론자유 지수를 표시한 지도
세계 각국의 언론자유 지수를 표시한 지도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단어가 여기만큼 생생하게 다가오는 공간이 또 있을까. 1999년 뉴지엄을 찾았을 때는 방문객이 태어난 날 발행된 시카고의 대표 일간지 「시카고 트리뷴」 1면을 프린팅 액자에 끼운 것을 판매하는 코너가 흥미를 끌었다. 이제 스마트폰 시대라 그런 재미는 없어졌다. 어디를 봐도 놀랄 만큼 임팩트 있는 색감을 보여주는 전시기법, 그중에서도 각 나라의 언론자유 지표를 컬러풀하게 표현한 지도가 눈길을 끈다. 설마! 대한민국의 언론자유 지수는 아직 100%가 아니라고 표시되고 있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