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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박물관 이야기

문화의 다양성을 가르치는 일본 요코하마 일본해외이주자료관

by 뽀키2 2023.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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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하마는 19세기 후반, 하와이를 포함해 남북 아메리카로 이주하는 많은 일본인들의 주요 출항 항구였다. 일본국제협력기구(JICA)는 2002년 이 요코하마에 일본해외이주자료관(JOMM)을 세웠고 이는 ‘닛케이(日系)’ 디아스포라의 역사를 보여주는 이민박물관으로 자리매김했다.

일본해외이주자료관
일본해외이주자료관

이곳은 일본인에게는 해외이주의 역사를 전할 뿐 아니라 일본에서 생활하는 일본계 외국인들에게는 다문화 사회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역할도 한다. 일본인 해외이주 역사는 1866년 해외 도항을 금지하는 쇄국령이 해제된 이후 19세기 말까지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을 중심으로 미국과 캐나다를 대상으로 펼쳐졌다. 남아메리카로의 진출은 19세기 말부터 시작돼 특히 1924년 미국이 일본인의 입국을 금지하면서 크게 증가했고, 제2차 세계대전 전후로 약 100만이 이주했다. 현재 재외 거주 ‘닛케이’는 약 290만이다.

남미로 떠난 초기 이민의 역사를 정리해 둔 다양한 전시물
남미로 떠난 초기 이민의 역사를 정리해 둔 다양한 전시물

전시관은 주제별로 꾸며져 있는데 주로 중남미와 하와이를 포함한 북미 대륙 등으로 이주한 사람들의 역사를 소개하고 있다. 층층이 쌓인 낡은 이민가방과 망망대해의 사진을 지나면 노동자의 고된 현장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전시 타이틀 그대로 ‘toil in the soil(흙 속의 고군분투)’. 그 생생함으로 일본의 해외이주사를 잘 알려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시실에서 만난 한 일본계 외국인은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가 왜 이민을 와서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정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삶의 중요한 선택이었음을 이제 알겠다”고 말했다. 이민자들이 직접 기증한 유물도 빛난다. 다양한 미디어로 이민 1세와 그 후손들 이야기를 보고 듣게 해주어 특히 젊은 일본인들에게 소중한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와이에 정착해 자손을 퍼뜨리고 살던 닛케이들의 단체사진.
하와이에 정착해 자손을 퍼뜨리고 살던 닛케이들의 단체사진.

흥미로운 부분은 ‘이민자의 가족 생활’이라는 섹션이었다. 방문객들은 뜻밖에 다양한 이국 음식들이 흰 쌀밥과 함께 담겨 있는 ‘모듬접시(믹스플레이트)’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모듬접시는 하와이의 사탕수수밭에서 노동하던 일본인 이민 1세대가 점심시간에 다른 인종의 동료들과 음식을 교환하거나 함께 먹던데서 유래했다. 일본인의 주식인 흰 쌀밥이 다른 음식들과 함께 접시에 담긴 모습은 자국문화와 다른 문화의 공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모습인 것이다.

이민자의 가족생활을 보여주는 전시. 모듬접시가 전시되어 있다.
이민자의 가족생활을 보여주는 전시. 모듬접시가 전시되어 있다.

한편, 가족 단위의 관람객이 박물관을 방문한 경우에는 일본의 전통시가인 하이쿠(俳句)로 카드놀이를 하는 카루타 게임을 하면서 일본인 이민자들의 삶에 대해 재미있게 배울 수도 있다. 문화의 다양성에 대해 배울 수 있는 특별한 공 간, 다문화사회에 대한 일본의 솔루션이 그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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