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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박물관 이야기

교토의 역사를 배우는 학교 일본 교토 학교역사박물관

by 뽀키2 2023.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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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역사와 전통문화의 아이콘이 된 도시 교토. 이런 교토에서 꼭꼭 숨은 작은 박물관들을 찾아가는 것은 아주 흥미로운 일이다. 그 중에서도 교토시민들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학교역사박물관에는 교육에 대한 교토시민의 애정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1998년 11월, 교토에서 가장 오랜 129년 역사의 카이치(開智)초등학교가 폐교되면서 ‘학교에서 교토를 배운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그 자리에 세운 전국 유일의 ‘학교역사’박물관이다.

학교역사박물관 표지판
학교역사박물관 표지판

메이지 정부가 근대 학제를 공포한 것은 1869년이지만 그 3년 전 교토에 전국 최초의 학구제 초등학교를 세웠다. 메이지시대의 여러 가지 근대화 정책 중에서도 특히 ‘교육’에 온 힘을 썼다는 걸 제대로 알려주는 곳이 바로 여기다. 교토시민들은 옛 교토의 명성을 되찾으려면 좋은 인재를 기르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했다. 빚을 얻어서까지 돈을 모아 64개의 초등학교를 만들어 지역 단위로 관리 운영을 할 정도였다. 이처럼 메이지시대 초기에 민간에서 학교를 세운 사례는 다른 지역에서는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큰 성과였다 

학교역사박물관 전경
학교역사박물관 전경

1901년에 세운 고풍스런 정문을 들어서서 운동장을 지나 전시실 입구에 서면 1875년에 제작된 현관을 만나게 된다. 유형문화재로 등록된 것으로 어느 초등학교에서 옮겨온 것이라 한다. 그 옆에는 일본 교육의 상징적인 존재로 전국 어느 초등학교에서나 동상으로 만날 수 있는 니노미야 긴지로의 석상이 땔감나무를 짊어지고 책을 읽으며 걷고 있는 모습으로 서 있다. 일제강점기 한국에서도 도덕시간에 가르치던, 늘 등장한 본받아야 할 인물이었다. 21세기의 일본에서도 그는 여전히 중요한 교육적 가치로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학교의 소방망루와 시간을 알려주는 북은 당시의 학교가 아이들의 배움터에 그치지 않고 마을 중심의 종합시설로서 지역민의 삶과 밀착된 곳이었음을 알려준다. 어쩌면 이 박물관은 학교의 바른 역할을 반추하는 이정표일지도 모르겠다. 자랑스러운 역사도 역사지만, 학교의 개교에 힘쓴 사람들 대부분이 지역 인사였기 때문에 그들의 남다른 열정을 알리려는 목적도 있는 것 같았다.

학교역사박물관의 정문
학교역사박물관의 정문

크고 작은 13개의 전시공간에는 다른 박물관에서는 보기 힘든 1만여 점의 귀한 자료가 ‘시민의 열정’, ‘문명개화와 학교교육’, ‘전통산업과 학교교육’, ‘학교 급식의 발자취’, ‘근대 교토의 목조교실’ 등으로 나뉘어 빼곡하게 소개되어 있다. 교과서 전시실에서는 메이지시대에서 태평양전쟁까지의 교과서를 만난다. 전차와 군함까지 등장하는 전쟁기 교과서를 비롯해서 패전 후 군국주의적 내용이 먹칠된 ‘묵칠 교과서’도 원 상태의 교과서와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교육 내용은 에도시대의 서당(寺子屋)을 따랐지만, 개교 당시 서양화 때문에 일본화의 장래에 위기감을 느낀 교토의 화가들이 일본화 미술교과서를 직접 만들기도 했다는 감동적인 사연도 전해 들었다. 당시 음악교육을 위해서 마련한 명기(名器) ‘스타인웨이 피아노’도 전시되어 있다. 피아노 아래서 잠든 선생님도 있었을 정도로 교육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있었다는 설명으로 ‘일본에서 음악수업을 맨 처음 시작한 도시’라는 교토의 명성이 그냥 생긴 게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언뜻 보면 진부하고 남루하다 싶은 이곳을 교토시민들이 고향집처럼 찾아오는 까닭 또한 저절로 알 수 있는 곳이다.

전시장 내부
전시장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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