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 박물관 이야기18

대구교육박물관 개관5주년 기념 '무지개를 타고 온 사람들 개막에 부쳐 올해 저희의 기획전 ‘무지개를 타고 온 사람들’은 대구교육박물관 개관 5주년 기념으로 ‘다문화(多文化)’를 보여주고 알려주는 전시회’입니다. 애써 외면하고 싶었지만 엄연한 현실이 되어버린 현상, 쉽게 생각해서는 다루기 어려운 문화, 복지차원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개성과 다름을 반겨야만 해결되는 문화가 ‘다문화’입니다. 우리는 현재 한국의 ‘다문화현상’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그리 흡족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한국적 다문화’의 현실을 알려주는 것보다는, ‘다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먼저이고,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러 면에서 균형감을 잃지 않고 편견 없이 접근했으면 하는 바람을 이번 전시회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바람직한 ‘다문화’는 반드시 ‘줄탁동시(啐啄同時)’로 나타납니다... 2023. 6. 19.
한국인의 삶을 가지런히 보여주는 충남 아산 온양민속박물관 책 안내 사이트 박물관 중에서도 민속박물관은 얼핏 생각하면 수집에서부터 전시나 운영에 이르기까지 가장 쉬운 듯 여겨지면서도 실제는 가장 존재감을 드러내기 어려운 곳이다. 사람의 전 생애와 같이 흘러온 역사와 문화를 죄다 설명해 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살림살이를 제대로 보여주는 박물관으로 이름난 그곳, 충남 아산의 점잖은 온양민속박물관을 찾아간다. 익살스런 표정으로 우리를 맞아주는 입구의 문인석이 조선 후기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1978년 10월, 박물관법 제정을 앞두고을 연 온양민속박물관은 국내 민간 박물관 설립의 청신호였다. 당시로는 국가시설과 비견되는 큰 규모였다. 아동도서출판사 계몽사 창업주인 설립자 김원대는 전국의 학생들에게 전통문화의 높은 가치를 직접 확인시켜 주겠다는 뜻을 품고 .. 2023. 4. 19.
당당하게 몸 바쳐 일하는 지사(志士) 같은 봉화 청량산박물관 청량산박물관은 안동에서 35번 국도를 타고 북쪽으로 오르다가 청량사 가는 길로 접어들어 청량교를 건너기 전 왼편, 청량산이 눈앞에 환히 펼쳐지는 전망좋은 곳에 자리해 있다. 청량산이 1982년 도립공원으로, 2007년 국가지정문화재 명승23호로 지정되긴 했지만 박물관 이름까지 ‘청량산박물관’이라 하기에는 많은 고민이 있었으리라 싶은데, 청량산이 봉화군의 전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고서야 그것이 온당한 명명이라 생각했다. 산악박물관·산촌박물관·산림박물관 등 ‘산’을 테마로 내건 박물관은 많지만 실은 이들이 온전하게 ‘산’만을 보여주고 들려주는 곳은 아니다. 과연 ‘산’을 보여준다는 건 어떤 것일까 의문을 품어본다. 산의 가치를 사람들이 새롭게 느끼도록 산이 품은 역사와 문화, 인간의 삶의 모습을 드러내.. 2023. 4. 4.
마음이 통하는 교육콘텐츠의 탄생 '대구교육박물관' 2018년 6월, 1981년에 개교해서 학령인구 감소로 36년 만에 통폐합으로 폐교 건물이 된 대동초등학교 자리에 대구교육박물관이 들어섰다. 대구교육청 산하기관으로 7개의 전시실, 5개의 체험공간을 가진 ‘디지로그 박물관’이자 나아가 ‘마인즈 온(Minds-on) 박물관’이라 부를 만한 곳이다. 이 박물관이 처음 탄생을 예고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 결과를 매우 추상적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대전한밭교육박물관, 제주교육박물관에 이은 ‘20년 만의 교육박물관’, ‘영남권 최초의 교육박물관’으로 전국적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다른 지역에서도 교육박물관을 세우려는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개관 전 2년 동안 대구교육청이 중심이 되어 개인 기증유물을 모았다. ‘역사를 전하는 보람 있는 나눔’.. 2023. 3. 27.
누구에게나 큰 위안이 되는 온라인 박물관 '그림책박물관' 그림책은 우리가 태어나 처음 만나는 책이자 0세부터 100세까지 세상의 모든 어린이와 어른이를 위한 책이다. 그림책은 어린이가 경험하는 최초의 문학이자 연극적 경험이다. 세상모르게 천진하고, 어설프기 짝이 없고, 쉽게 상처받는 모든 마음들을 위한 책이다. 이런 그림책을 위한 ‘그림책박물관’을 만난다. 지니를 불러내 소원을 이루는 알라딘처럼, 토끼굴로 들어가 마법의 세상을 만나는 앨리스처럼 클릭만으로 엄청난 그림책을 만날 수 있는 온라인 뮤지엄, 이름도 그냥 ‘그림책박물관’이다. 세상의 그림책을 모두 가진 듯한 이런 자신감은 어디에서 왔을까. - 지금 한국은 세계의 그림책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나라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독자에게는 풍부한 그림책 정보를 제공하고 작가에게는 위대한 작품의 역사를 잇게 하고.. 2023. 3. 25.
삶과 죽음이 둘이 아님을 깨치는 공간, 서울 쉼박물관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면서 죽음이라는 것이 쉼표인지 마침표인지 궁금했던 적이 있었다. 죽어서 가는 세상이 있다 하니 피안의 언덕을 바라보며 쉬다 가는 것이 맞을 거란 생각과, 기척 없이 계신 걸로 보아 그야말로 촛불 꺼지듯 가버렸다는 생각에 마침표와 같을 거란 생각으로 혼란스러웠다. ‘아름다운 마침’을 주제로 하는 박물관이 있다. 2007년 10월, 개관기념전 ‘상상 너머’를 열면서 탄생한 서울 홍지동의 쉼 박물관이다. 죽음은 꽃상여 타고 기쁘게 쉬러 가는 것이라는 옛사람들의 철학을 그 이름에 담아 ‘죽음’을 문화로 보여주는 장례박물관이다. 이곳에서 전통 상여(喪輿)와 혼백을 운반했던 요여(腰輿), 상여를 장식한 각종 꼭두와 용수판 등을 통해 조상들의 죽음에 대한 철학을 엿볼 수 있다. 2006년에 남편을.. 2023. 3. 24.
진리는 역사인가 예술인가, 강원 원주 명주사 고판화박물관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 치악산을 바라보며 달리다 꺾어져 좁은 산길로 접어들어 올라서면 닿는 곳, 해발 600m 높이의 아늑한 터에 명주사가 있다. 저 멀리 감악산을 마주하고 뒤로 치악산 매봉을 두른 절집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벌써 마음자리가 편안하다. 1998년 창건이니 불과 20년 남짓, 그래서일까? 대웅전과 경내 석탑, 그리고 불상들이 서로 친구같이 잘 어우러진 이 절집은 전통의 굴레를 훌훌 털어버린 듯 너와지붕을 머리에 이고 있다. 게다가 동서양 고판화 수천 점을 소장한 우리나라 유일의 고판화박물관이 여기에 있다. ‘치악산 명주사 고판화박물관’, 친숙한 분위기의 로고는 유명 판화가 이철수의 솜씨이다. 불교미술을 전공한 것도 모자라 최근 한양대에서 박물관교육학 박사학위까지 받은 명주사 주지이자 고판화.. 2023. 3. 20.
낮은 목소리의 마지막 역사교실 '나눔의 집' 일본군'위안부'역사관 일본군‘위안부’. UN 등에서는 그 본질을 잘 드러내주는 ‘성노예’(sexual slave) 또는 ‘성폭력 피해자’라는 표현으로 쓰인다. 1998년 8월 개관한 경기도 광주의 ‘나눔의 집’ 부설 일본군‘위안부’ 역사관은 세계 첫 일본군‘위안부’ 박물관이다. 일본군 ‘성노예’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보금자리인 ‘나눔의 집’이 처음 서울에 들어선 것은 1992년이었다. 3년 뒤 ‘나눔의 집’은 경기도 광주로 옮겨졌다. 바로 이곳에 ㈜대동주택의 기증으로 1998년 8월 일본군‘위안부’역사관이 처음 세워졌다. 2017년에는 유품전시관과 추모기록관을 둔 제2역사관을 개관했다. 할머니생활관, 교육관을 비롯해 모두 10개의 전시장과 다양한 추모공간으로 조성된 이곳은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올바른 역사를 만드는 현장’.. 2023. 3. 19.
추억 속에서 신인류가 되어보는 곳 강원 정선 '추억의 박물관' 레트로(Retro). 회상, 추억이라는 뜻의 영어 ‘Retrospect’의 준말이다. ‘복고(復古)’로 번역되기도 하니 ‘오래된 것을 되돌리다’라는 뜻이 되기도 한다. 회상, 이 말이 요즘 ‘옛날의 상태로 돌아가거나 과거를 그리워하여 본뜨려고 하는 것'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이해할 수 도 있다. 즉 단순히 옛 것에 대한 향수 때문에 과거의 것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 담성에 맞는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창조하는 의미다. 현대 문명에서 느껴지는 속도감의 불안 대신 친숙함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장치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오늘은 고현학(考現學)의 다리를 지나 ‘레트로’ 박물관 속으로 곧장 걸어가 볼 참이다. 정선 ‘추억의 박물관’의 진용선 관장을 찾아가는 길은 아라리 가락처.. 2023. 3. 15.
인연을 잇는 나무와 칼의 명상처 경남 함양 이산책판박물관 무주의 덕유산이 상상 이상의 절경을 품고 이곳까지 뻗어 있는 줄 몰랐다. 한때 넘치는 젊은 패기를 주체 못 해 떠난 한 장인이 남덕유산 자락 함양 땅으로 20년 만에 돌아와 박물관 하나를 지어놓았다. 한국 기록문화에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킨 책판(冊版)을 연구하고 복원하기 위해 2014년 10월에 개관한 국내 유일의 책판박물관 ‘이산책판박물관’이다. 이산(以山) 안준영 관장이 직접 복원한 무구정광대다라니경(無垢淨光大陀羅尼經), 고려대장경, 훈민정음 언해본, 훈민정음으로 기록된 최초의 문헌인 용비어천가 등 문화재급 책판 약 1,000여 점과 함께 고서 표지를 장식하는 능화판·고판화·고서(古書)·민화·시전지·제작 도구 등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목판에 글자를 새겨 책을 인출하기 위해 만든 판목(板木)인 책.. 2023. 3.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