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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박물관 이야기

한국인의 삶을 가지런히 보여주는 충남 아산 온양민속박물관

by 뽀키2 2023.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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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중에서도 민속박물관은 얼핏 생각하면 수집에서부터 전시나 운영에 이르기까지 가장 쉬운 듯 여겨지면서도 실제는 가장 존재감을 드러내기 어려운 곳이다. 사람의 전 생애와 같이 흘러온 역사와 문화를 죄다 설명해 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살림살이를 제대로 보여주는 박물관으로 이름난 그곳, 충남 아산의 점잖은 온양민속박물관을 찾아간다.

온양민속박물관

익살스런 표정으로 우리를 맞아주는 입구의 문인석이 조선 후기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1978년 10월, 박물관법 제정을 앞두고을 연 온양민속박물관은 국내 민간 박물관 설립의 청신호였다. 당시로는 국가시설과 비견되는 큰 규모였다. 아동도서출판사 계몽사 창업주인 설립자 김원대는 전국의 학생들에게 전통문화의 높은 가치를 직접 확인시켜 주겠다는 뜻을 품고 이 박물관을 세웠다. 건축가 김석철은 권위적인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외관을 벽돌로 치장했는데, 모두 아산의 흙으로 구운 것들이었다. 벽돌 쌓는 모양이나 색채는 공주 송산리에 있는 무령왕릉 내부를 모티브로 조성했다. 아산 현충사로 수학여행을 온 아이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었다.

박물관 로비
박물관 로비

다른 박물관들이 잘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그것을 이 박물관은 실현해 냈다. 건물을 짓고 유물을 들인 게 아니라, 설계할 때부터 확실한 전시 컨셉트를 가지고 임했다. 부엌과 안방, 사랑방과 대청이 이어지는 한옥도, 실제 고기잡이를 하던 배도, 큰 덩치의 나락뒤주도 실감 난다. 오방색을 배경삼아 전시된 유물마다 이야깃거리가 넘쳐날 듯 보인다. 주제와 순서를 어지럽히지 않으면서도 정기적으로 새로운 전시를 선보이는 방식은 ‘한국인의 삶’을 늘 새롭게 생각하게 만든다. 설립 40주년을 넘기도록 선대의 뜻을 받들어온 김은경 관장과 많은 이의 수고로움이 2만 2,000여 점의 유물을 소장한 6만㎡의 박물관 구석구석에 스며 있다. 

전시장

제1전시실 ‘한국인의 삶’, 제2전시실 ‘한국인의 일터’를 거쳐 3전시실에서는 각종 공예, 민속 신앙과 놀이, 학술 등의 ‘한국문화와 제도’로 생활의 반경을 넓힌다. 교과서로 배운 「규중칠우쟁론기」를 반짇고리·바늘·골무 등과 함께 보니 더욱 실감이 나는 식이다. 드넓은 정원 곳곳에서는 다양한 표정의 석조유물과 장승·연자방아·디딜방아·기름틀까지 만난다. 옛 건축물도 볼 수 있다. 본관과 조화를 이루는 구정아트센터도 놓쳐서는 안 될 볼거리다. 블로그 ‘온양민속박물관이야기(historylibrary.net)’ 방문도 권한다. 여송은 학예사가 젊은 감각으로 온양민속박물관 정보를 깨알같이 조근조근 소개한다. ‘온양민속박물관이 가야 할 길’에서부터 ‘유형별 전시관람법 해설’까지 57개의 글을 보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꼭두극에 등장하는 꼭두들
꼭두극에 등장하는 꼭두들

특히 ‘줄줄이 유물이야기’는 강한 중독성마저 느껴진다. 온양민속박물관의 설립 이야기를 담은 2009년 영상다큐멘터리 <하늘에間박물관>도 대단한 콘텐다. 유물을 찾으러 간 박물관 사람들이 “죽은 자와 어떻게 함께 기억을 나눌까 고민하며 물건들을 가져왔다”고 한 얘기를 “유물마 
다 우리가 만나지 못했던 죽은 자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로 표현해 내고 있었다. “박물관이 지닌 죽음을 향한 태도를 강조하고 싶었다”는 연출자의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하늘에間박물관>의 감동은 한국인의 삶을 가지런히 보여주는 박물관 전시장에서 죽음에 닿았다가 다시 삶으로 이어지는 체험으로 그대로 이어졌다. 한국인의 문화유전자를 잘 담아내고 있는 온양민속박물관을 한마디로 알려주기란 어려운 일이다. 유물의 양이나 전시규모 때문은 아니다. 직접 느껴볼 우리의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는 ‘토종박물관’이다. 고집스럽게 한국인의 삶과 일과 문화를 보여주는 곳이다.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은 안성맞춤 박물관이다. 이 박물관을 찾을 때마다 매번 전시물이 더 늘어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스스로 한국인임을 잊고 살았다는 것은 슬픈 반증일지도 모른다. 이것이 세대를 넘어 이곳을 다시 찾게 하는 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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