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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박물관 이야기

당당하게 몸 바쳐 일하는 지사(志士) 같은 봉화 청량산박물관

by 뽀키2 2023.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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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산박물관은 안동에서 35번 국도를 타고 북쪽으로 오르다가 청량사 가는 길로 접어들어 청량교를 건너기 전 왼편, 청량산이 눈앞에 환히 펼쳐지는 전망좋은 곳에 자리해 있다.

청량산박물관
청량산박물관

청량산이 1982년 도립공원으로, 2007년 국가지정문화재 명승23호로 지정되긴 했지만 박물관 이름까지 ‘청량산박물관’이라 하기에는 많은 고민이 있었으리라 싶은데, 청량산이 봉화군의 전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고서야 그것이 온당한 명명이라 생각했다. 산악박물관·산촌박물관·산림박물관 등 ‘산’을 테마로 내건 박물관은 많지만 실은 이들이 온전하게 ‘산’만을 보여주고 들려주는 곳은 아니다. 과연 ‘산’을 보여준다는 건 어떤 것일까 의문을 품어본다. 산의 가치를 사람들이 새롭게 느끼도록 산이 품은 역사와 문화, 인간의 삶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청량산박물관은 신라의 문장가 고운 최치원, 재현된 낭공대사탑비로 기억되는 명필 김생, 청량산의 신앙이 된 고려 공민왕, 조선의 문신 신재 주세붕, 대제학 퇴계 이황, 병자호란 삼학사의 한사람인 대쪽 선비 홍익한, 제주목사로 선정을 편 노봉선생, 여류시인 설죽 등 봉화와 인연 깊은 이런 분들의 얘기를 한자리에 되살려 놓았다.

봉화의 풍속을 보여주는 대형 디오라마
봉화의 풍속을 보여주는 대형 디오라마

주세붕의 「유청량산록」은 ‘청량산 유산기’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데, 그는 이 글에서 ‘비록 작기는 하지만 업신여기지 못할’ 산으로 청량산을 꼽았다. 그러면서 봉우리 이름을 개명하여 불가(佛家)의 산을 유가(儒家)의 산으로 바꾸는 데 한몫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청량산의 이름값을 올려놓은 일등공신으론 단연 퇴계 이황을 꼽는다. 어려서부터 숙부와 형을 따라 청량산을 오가며 수양한 그가 자신의 호를 ‘청량산인’이라고 정한 거나, 청량산을 ‘오가산(吾家山)’ 즉 집안의 산이라 칭한 걸 보면 청량산에 대한 자긍심과 애정이 각별하기 그지 없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아무한테도 청량산의 비경을 쉬 알리고 싶지 않다”던 퇴계선생의 그 마음이 전시장 한편에 시(詩)로 남아 있다.

한눈에 보는 청량산 문화유적 전시장
한눈에 보는 청량산 문화유적 전시장

이곳에서 청량산의 동물·식물·민속 등을 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절기에 맞춘 봉화군민의 삶까지도 맞춤하게 일별할 수 있다. 또한 이 청량산박물관을 중심으로 인물역사관과 농경문화전시관이 한 몸처럼 붙어 있어 청량산과 봉화군이 속속들이 드러나 있다. 그러나 어쩌면 청량산의 ‘역사와 유물’이 살아있는 곳은 박물관 밖, 사계절이 분명한 청량산 자체일 것이다. 산은 언제든 누구나 재발견하는 가장 훌륭한 박물관인 셈이다. 자연과 사람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봉화 청량산박물관에게는 청량산을 담았다는 표현보다는 청량산에 박물관이 스몄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았다. 무엇하나 흉내 내지 않고 당당하게 몸 바쳐 일하는 지사(志士)처럼 그곳에 있어줘서 고마웠다.

청량산박물관 압화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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