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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박물관 이야기

마음이 통하는 교육콘텐츠의 탄생 '대구교육박물관'

by 뽀키2 2023.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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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1981년에 개교해서 학령인구 감소로 36년 만에 통폐합으로 폐교 건물이 된 대동초등학교 자리에 대구교육박물관이 들어섰다. 대구교육청 산하기관으로 7개의 전시실, 5개의 체험공간을 가진 ‘디지로그 박물관’이자 나아가 ‘마인즈 온(Minds-on) 박물관’이라 부를 만한 곳이다.

대구교육박물관
대구교육박물관

이 박물관이 처음 탄생을 예고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 결과를 매우 추상적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대전한밭교육박물관, 제주교육박물관에 이은 ‘20년 만의 교육박물관’, ‘영남권 최초의 교육박물관’으로 전국적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다른 지역에서도 교육박물관을 세우려는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개관 전 2년 동안 대구교육청이 중심이 되어 개인 기증유물을 모았다. ‘역사를 전하는 보람 있는 나눔’이라는 기증캠페인을 거치며 현재 110명의 기증자료 2만여 점을 소장하게 되었다. 연경서원의 출석부라고 할 수 있는 『통강록』, 서포 김만중 선생의 평론집인 『서포만필』 필사본, 송촌 지석영 선생이 펴낸 우리나라 최초의 영어교재 『아학편』, 일제강점기인 1937년 경북여고 2학년 여학생이 11개월 동안 일본어로 쓴 것으로 ‘한국판 안네의 일기’라 불린 『여학생일기』 등이 대표적인 유물로 상설전시실에서 방문객들을 만나고 있다.

2.28학생운동 기념전시실
2.28학생운동 기념전시실

예전의 박물관이 얼마나 많은 소장품을 보유하고 전시하느냐에 따라 그 명성이 좌우되었다면 이제 박물관은 어떤 이야기와 주제로 보여주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결정된다. 2·28학생운동의 발상지, 특수교육의 요람, 한국전쟁기의 대구교육 등의 주제로 교육수도 대구의 가슴 벅찬 역사를 여기서 만난다. 온고지신(溫故知新)·법고창신(法古創新)·구본신참(舊本新參) 이런 말들이 눈앞의 사실로 와 있는 듯해서 이제 더 이상 박물관을 고고학의 이름으로 붙들어두지 못할 것임을 알게 된다. 새 것을 알고 창조하고 추구하는 것은 오히려 고현학(考現學)에 가깝다는 걸 가르쳐주고 있다.

변우용 기증유물실
변우용 기증유물실

대구교육박물관은 짧은 기간 다채로운 기획전으로 ‘살아있음’을 전해 왔다. 개관특별전 ‘대구피난학교, 전쟁 속의 아이들’은 한국전쟁 당시 서울에서 피난 온 학생을 위해 개교한 ‘서울피난 대구연합중고등학교’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발굴해 알렸다. 두 번째 특별전은 유네스코가 정한 음악창의도시로 매년 다양한 음악축제가 열리는 대구의 문화정체성을 알려주는 기획전 ‘스테이지(stage)’였다. 세 번째는 구한말부터 지금까지 어떻게 영어교육이 이뤄졌는지 다양한 유물과 함께 보여주는 ‘영어, 가깝고도 먼’이라는 제목의 ‘영어역사전시회’였다. 그리고 2019년 들어 토종씨앗의 이야기를 인문학적으로 전하는 ‘토종씨앗, 밥상을 부탁해’, ‘놀이의 역사’로 방문객을 피터팬으로 만드는 ‘놀이, 우리들의 네버랜드’ 등이 이어졌다.

개관 전부터 유물기증이 많았던 대구교육박물관
개관 전부터 유물기증이 많았던 대구교육박물관

대구교육박물관은 개관 첫해 7만여 명이 방문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후 기성세대의 기증유물을 통해 부모가 멋진 도슨트가 되고 부모의 경험치를 교육으로 받아들이는 ‘소통의 박물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19년 가을 문화관(203석)과 체험관이 문을 열면서 더욱 다양하고 의미 있는 박물관이 되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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