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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박물관 이야기18

과천에서 다시 태어난 추사 경기 과천 추사박물관 추사 김정희(1786~1856)의 생애를 촘촘히 쫓아가며 수런수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의미 깊은 일이다. 모르는 사람도 없지만 아는 사람도 없다는 추사 김정희. 추사는 이른바 추사체를 창안한 서예가이며 19세기 전반 청나라 고증학의 정수를 가장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해 실시구시설을 주창한 학자이다. 무학대사의 비로 알려진 북한산의 비석이 신라 진흥왕의 순수비임을 밝혀내는 등으로 금석학을 학문의 반열에 올려놓은 분이기도 하다. 충남 예산 용궁리의 고택에서부터 제주도 대정현의 유배길을 거쳐 과천의 초당으로 돌아와 머물다 마감한 그의 70 평생의평생의 행로는 숙연하기 그지없다. 그 많은 고장 가운데서도 과천은 선친의 3년 상을 치른 곳이자 북청 유배에서 풀려 난 뒤 4년간 머물면서 학문과 예술의 절정기를 맞.. 2023. 3. 9.
추사체를 만끽하는 야외전시장, 경북 영천 은해사 조계종 제10교구 본사인 영천 은해사(銀海寺)는 아름다운 절이다. 불·보살·나한 등이 마치 ‘은빛 바다가 춤추는 극락정토’를 이루고 있는 듯해서 ‘은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안개가 끼고 구름이 피어날 때면 은빛 바다가 물결치는 듯 보인다’고 해서 그렇게 불렀다는 설도 있다. 신라 헌덕왕 1년(809)에 창건한 이 절은 동화사와 더불어 진산인 팔공산을 대표하는 사찰로 소문나 있다. 하지만 전국에 흩어져 있는 추사 글씨가 이곳에 가장 많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다. 특히 흥미롭게도 만년에 든 추사의 자취를 이곳에서 만끽할 수 있다. 1847년의 화재로 소실된 은해사를 중건하면서 혼허 스님은 추사에게 현판 글씨를 부탁했다. 「은해사 중건기」(1862)에 주지 혼허 스님이 “대웅전,.. 2023. 3. 8.
‘생거진천’의 필연으로 세워진 충북 진천 종(鐘)박물관 충북 진천 석장리는 국내 최초, 4세기쯤으로 추정되는 고대 철 생산 유적지가 발견된 곳이다. 이런 유서로 진천 군립(郡立) 종박물관이 2005년 문을 열었고, 2012년에는 주요무형문화재 112호 주철장 원광식 장인이 지닌 기술을 일반인들도 접하게끔 전수교육관도 개관되었다. 전시실은 ‘종의 탄생’으로부터 ‘범종의 역사’, ‘성덕대왕신종 주조과정’, ‘한국 종의 비밀’, ‘세계의 종’ 등으로 이어진다. 종으로 우리의 역사가 설명되고 전통미학에 우리 과학까지 가늠할 수 있음에 놀라움이 더해진다. 한국 범종의 역사, 소리의 신비, 합금의 비밀 등을 한자리에서 알게 되기란 쉽지 않다. 현재 남아 있는 신라 종 11기 중 5기가 일본에 있는 내력, 세계의 종소리로 피치와 템포를 분석해 만든 공식에 대입해 최고의 .. 2023. 3. 5.
시장에서 배우는 결이 다른 역사 <대구 큰장, 서문시장 100년> 2023년은 '서문시장'이 지금의 위치에 자리 잡은 지 100년이 되는 해이다. 대구교육박물관에서는 전국 3대 시장의 명성을 안고 오랜 시간 대구를 대표해 온 '서문시장'의 역사와 그 속에서의 사람이야기를 전해드리고자 이번 기획전시 '대구 큰장, 서문시장'을 마련하였다. - 장터에 담긴 100년의 역사 - 전시기간 2022/ 12/ 23 ~ 2023/ 04/ 30 전시장소 기획전시실(1동 1층) 관람시간 09:30~18:00 전시문의 053-231-1752 관람료 무료 주소 (41535) 대구광역시 북구 대동로 1길 40(산격동) 찾아오시는 길 버스 이용 시 - 복현우체국 건너 하차 : 300, 306, 410-1, 523, 706, 719 - 복현우체국 앞 하차 : 300, 306, 410, 523, .. 2023. 3. 4.
‘담금질’의 교훈을 얻는 충북 음성 철(鐵)박물관 고고학에서는 선사시대의 마지막 단계를 철기시대(鐵器時代)라 이른다. 대개 기원전 1200년경부터 700여 년 동안이 이 시기에 해당한다. 그런데 아직도 철을 ‘산업의 쌀’이라 부르니 우리가 사는 지금 시대도 어쩌면 철기시대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점에서 철박물관을 두고 인류의 회고취미에서 발의되고 구현된 공간으로 여겨서는 결코 안 될 일이다. 철박물관은 지난 2000년 ‘상상 이상의 철(iron beyond imagination)’을 슬로건으로 하고 “철과 인간의 상호관계를 재인식하게 한다”는 미션을 품고 문을 열었다.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집행이사로도 활약하는 장인경 관장은 동국철강 창업자 고 장경호 회장의 손녀. 박물관이 제 목소리를 단단히 내는 데는 그 이유가 분명함을 알겠다. 충북 .. 2023. 3. 3.
토종은 미래의 가치, 그 시작을 알린 충남 예산 한국토종씨앗박물관 봄이면 회자되는 명시 「황무지」에서 T.S.엘리엇은 겨우내 죽은 듯한 대지를 뚫고 수수꽃다리(라일락) 싹이 돋아나는 경이로움을 보고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 노래했다. 토종은 미래의 가치, 그 시작을 알린다 씨앗의 힘과 그걸 살피는 농사의 힘. 인류의 가장 큰 발명은 단연코 농사다. 농사를 통해 인간은 생명을 이어갈 수 있었고 거기서 얻은 생산물 덕분에 혹독한 겨울을 견뎌낼 수 있었다. 충청남도 예산군 대술면. 참 햇볕이 곱고, 바람이 순한 곳이다. 이런 소담한 농촌마을에 한국 최초의 토종씨앗박물관이 있다. ‘토종을 살려보겠다’는 오기 반, ‘씨앗을 베고 죽겠다’는 각오 반으로 만든 그야말로 ‘토종 무지렁이’ 박물관, 씨앗을 공공재인 국가유물로 등록한 대한민국 유일의 박물관이 탄생한 것이다. 201.. 2023. 3. 1.
소중하지만 무심했던 것들의 재발견, 문경 옛길박물관 역사공부의 가장 큰 덕목은 그것이 우리가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인문학의 새로운 길을 만드는 문경 옛길 박물관 옛것에 미루어 새로움을 발견하고 옛것을 본받아 새로움을 만들어 가는 삶을 생각하면 역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박물관은 참으로 귀한 공간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한데 모아서 보여주는 것’에서 ‘관람객이 경험하는 것’에 더 큰 비중이 실리는 시대가 되면서 박물관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규모의 장대함보다는 콘텐츠를 통한 체험과 감동의 크기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제 전시의 성공 여부는 역사를 반추하는 아이디어를 어떻게 발휘하느냐에 달려 있다.길이 있는 곳에 사람이 있었고, 사람이 사는 곳에는 길이 있다. 옛길을 걷다 보면 사람은 길을 걸으면서 길들여진다는 것을 깨닫.. 2023. 2. 27.
우리 문화의 한 획을 그은 저력 뿌리깊은나무박물관 2018년 9월 2일 이른 아침 전남 순천의 뿌리 깊은 나무박물관으로 가기 위해 길을 나선다. 대구를 출발해서 고속도로를 달려 남해고속도로 순천만 IC에서 2번 국도로 나와 연동삼거리에서 민속마을길로 접어들어, 쌍지삼거리를 거쳐 17km 남 짓, 뿌리 깊은 나무박물관에 도착했다. 최고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세일즈맨에서 우리 토박이 문화를 애써 지키고 되살리는 파수꾼이 되었던 한창기(1936~1997) 선생의 치열한 생애가 녹아 있는 곳, 뿌리 깊은 나무박물관. 뿌리 깊은 인간을 찾아간다면 쉽게 이해가 될까. 그 길은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나무,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샘이 깊은 물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용비어천가'의 한 대목을 떠올려 인기드라마 촬영현장이 박물관으로 변한 거라 짐작하는 사람은 차마 .. 2023. 2.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