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박물관 이야기20 이상한 나라에서 마법 같은 시간을 즐기듯 오타와 캐나다어린이박물관 캐나다 사람들은 계절이나 날씨에 상관없이 가족이 신나게 놀 수 있는 최상의 장소로 오타와의 캐나다어린이박물관을 권한다. 이 박물관의 콘셉트는 세계를 만나게 하는 ‘여행’이다. 아이들에게 여행이란 작은 모험과 다름없다. 캐나다는 많은 나라에서 온 이민자들이 모여 살며 건국된 나라다. 거기서 태어나 자란 어린이들이 전 세계의 어느 한 곳도 소홀하게 꾸미지 않은 이곳에 열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1989년 개관한 캐나다어린이박물관은 지금까지 800만 명이 넘는 어린이들과 그 가족들이 찾을 정도로 인기 있는 곳이다. 입장료는 같이 있는 역사박물관 입장료에 포함돼 있어 따로 내지 않아도 된다. 넓은 정원에서는 랜드마크인 캐나다 국회의사당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리도(Rideau) 운하도 바라볼 수 .. 2023. 4. 24. 다양한 경계를 허무는 미국 뉴욕 브루클린아트도서관 뉴욕의 브루클린아트도서관에 들어서면서 나는 적이 당황스러웠다. 미술관과 도서관과 박물관과 갤러리의 경계가 무너졌다고 느꼈다. 전 세계 사람들이 만든 수만 점의 사연 있는 그림들이 모여 있다기에 ‘세계의 천재작가들이 책을 만들어 봉헌하는 곳’이거나 ‘세계 그림쟁이들이 여행길에서 만난 특별한 시간을 모은 곳’이겠거니 했는데 그런 지레짐작은 금세 무너지고 말았다. 130개국 3만여 명의 글로벌 크리에이티브가 보내온 4만 5,000권 이상의 스케치북과 2만 권 이상의 디지털 자료를 소장하고 있는 이 도서관은 지난 13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큰 스케치북’이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성장해서 많은 창작자들에게 영감을 주고 나아가 단절된 예술 경력을 이어주기까지 하고 있다. 인쇄업자인 스티븐 피터먼와 웹 개발자인 쉐.. 2023. 4. 20. 교토의 역사를 배우는 학교 일본 교토 학교역사박물관 일본의 역사와 전통문화의 아이콘이 된 도시 교토. 이런 교토에서 꼭꼭 숨은 작은 박물관들을 찾아가는 것은 아주 흥미로운 일이다. 그 중에서도 교토시민들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학교역사박물관에는 교육에 대한 교토시민의 애정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1998년 11월, 교토에서 가장 오랜 129년 역사의 카이치(開智)초등학교가 폐교되면서 ‘학교에서 교토를 배운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그 자리에 세운 전국 유일의 ‘학교역사’박물관이다. 메이지 정부가 근대 학제를 공포한 것은 1869년이지만 그 3년 전 교토에 전국 최초의 학구제 초등학교를 세웠다. 메이지시대의 여러 가지 근대화 정책 중에서도 특히 ‘교육’에 온 힘을 썼다는 걸 제대로 알려주는 곳이 바로 여기다. 교토시민들은 옛 교토의 명성을 되찾으려면 좋은 인재를.. 2023. 4. 16. 기억하면 희망이 살아나는 공간, 미국 LA ‘관용의 박물관’ 아시아의 일본군‘위안부’처럼, 서구 사회는 ‘홀로코스트(Holocaust)’가 늘 트라우마이다. 1993년 2월 개관한 미국 LA의 ‘관용의 박물관(Museum of Tolerance)’은 이 홀로코스트로 대표되는 인종차별의 폐해와 인간에 대한 잔학 행위를 돌아보고 인류의 반성을 유도하는 취지에서 건립되었다. 포로수용소의 생존자로서 전범 색출과 홀로코스트 실상 폭로에 앞장선 유대인 영웅 지몬 비젠탈(Simon Wiesenthal)의 이름을 따서 1977년 설립된 유대인 연구단체 ‘지몬비젠탈센터(Simon Wiesenthal Center)’가 5,000만 달러의 기부금을 낸 것이 건립의 초석이 되었다. 개관 후, 13만 명의 학생을 포함해서 매년 25만 명이 찾는 이곳은 전 세계 언론이 추천하는 ‘꼭 봐야.. 2023. 4. 10. 문화의 다양성을 가르치는 일본 요코하마 일본해외이주자료관 요코하마는 19세기 후반, 하와이를 포함해 남북 아메리카로 이주하는 많은 일본인들의 주요 출항 항구였다. 일본국제협력기구(JICA)는 2002년 이 요코하마에 일본해외이주자료관(JOMM)을 세웠고 이는 ‘닛케이(日系)’ 디아스포라의 역사를 보여주는 이민박물관으로 자리매김했다. 이곳은 일본인에게는 해외이주의 역사를 전할 뿐 아니라 일본에서 생활하는 일본계 외국인들에게는 다문화 사회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역할도 한다. 일본인 해외이주 역사는 1866년 해외 도항을 금지하는 쇄국령이 해제된 이후 19세기 말까지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을 중심으로 미국과 캐나다를 대상으로 펼쳐졌다. 남아메리카로의 진출은 19세기 말부터 시작돼 특히 1924년 미국이 일본인의 입국을 금지하면서 크게 증가했고, 제2차 세계대전 전후로.. 2023. 4. 8. ‘삶’을 테마로 한 전문박물관 일본 오사카 ‘생활의 금석관(今昔館)’ 오사카 시민들의 100년 동안의 삶이 고스란히 모여 있다. 당연히 박물관이라 이름 붙여져야 하지만 ‘생활의 금석관(今昔館)’이라 불린다. 지금과 옛날을 비교하여 그 심한 차이에서 오는 느낌, 그 금석지감(今昔之感)을 가두어 둔 공간이라고 이해하면 될 듯하다. ‘오사카시립주택박물관’으로 회자되는 이유도 이해가 된다. 1999년 11월 오사카시립주거정보센터가 개설된 이후, 2001년 4월 개관한 ‘금석지감의 현장’은 1884년 서양목조건물을 시작으로 메이지(明治)시대 서양문화의 창구인 가와구치 거류지, 다이쇼(大正)시대의 근대적 연립주택이 들어선 신시가지, 현대화에 대비하는 쇼와(昭和)시대 상점가들, 그리고 전쟁 후 복구과정에서 시로키타 공원에 1951년까지 존속했던 버스주택에 이르기까지 100년 동안의 오.. 2023. 4. 2. 잊혀진 시간을 모두 되찾아주는 곳 미국 워싱턴D.C. 뉴지엄 1997년 미국 워싱턴D.C.의 서쪽, 버지니아 알링턴에 세워져 5년 동안 225만 명의 관람객을 맞이했던 언론박물관 ‘뉴지엄(newseum)’이 2002년 많은 이들의 아쉬움 속에 폐관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2008년 11월 비영리 언론단체 ‘프리덤포럼’이 워싱턴D.C. 한복판, 백악관과 국회의사당을 양편에 둔 위치에 다시 문을 열었다. 뉴지엄은 뉴스(News)와 박물관(Museum)의 합성어다. 워싱턴D.C의 이 새로운 뉴지엄은 이후 뉴스를 전하는 대중매체의 역사와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언론박물관의 대명사가 되고 있다. 박물관 건물 입구 흰 대리석 벽에는 언론과 종교 등 인간의 다섯 가지 기본적 자유를 보장하는 미국 수정헌법 제1조 전문이 크게 새겨져 있다. 그 의미가 어찌 미국인들에게만 통하는.. 2023. 3. 30. 이야기를 통해 확고해지는 신념 미국 LA 스커볼문화센터 ‘노아의 방주’ LA에서 가장 역동적이자 감동적인 유대인 문화공간이라 할 스커볼문화센터는 타인종에게 유대인 알리기를 운영 목표로 탄생한 곳이다. 랍비인 잭 H. 스커볼(1896~1985)의 이름을 딴 스커볼문화센터가 5년간의 준비 끝에 선보인 문화체험 놀이터 ‘노아의 방주’는 문을 열자마자 경이로움 그 자체로 LA 최고의 ‘must go’ 명소로 급부상했다. 구약성서 창세기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 이야기에서 노아는 하느님의 명령으로 배를 만들어 가족과 짐승과 새를 싣고 큰 홍수에도 살아남게 된다. 이 배와 사람과 짐승과 새들이 함께 있는 현장이 재현된 것이다. 아이디어 넘치는 동물인형, 20m 길이의 방주, 함께 놀 수 있는 3만 개의 나무동물 등으로 이곳은 종교나 인종을 넘어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이 꼭 가볼 만한 .. 2023. 3. 28. 사람은 세상에 들려줄 이야기가 있다, 미국 구술프로젝트 '스토리코어' ‘움직이는 박물관’이라고 해야 할지, ‘오럴 뮤지엄(Oral Museum)’이라고 해야 할지 아직도 망설여지는 곳. ‘이야기 군단(軍團)’쯤으로 번역될 ‘스토리코어(StoryCorps)’라는 독특한 이름은 ‘구술기록’을 모은 것으로 박물관을 기능을 하고 있다. ‘보통 사람들의 역사가 모여 있는 곳’이라 하면 좀 더 적당한 표현일 수 있을까. 이러한 구술기록 프로젝트를 창안한 사람은 전직 라디오 프로듀서인 데이브 아이세이(Dave Isay)다. ‘어떤 사람이든 저마다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는 생각이 이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역사’와 ‘이야기’의 어원은 모두 라틴어 ‘히스토리아’로 모인다. ‘역사=이야기’라는 의미다. 역사에 그냥 지나간 시기가 없듯이, 인생에도 그냥 지나친 시간은 없었을 것이다... 2023. 3. 23. 여러 나라로 여행 체험, 일본 다자이후 규슈국립박물관 '아짓파' 후쿠오카현 다자이후에 자리한 규슈국립박물관은 일본의 네 번째 국립박물관으로 2005년 10월 ‘일본문화는 아시아와 어떠한 관계를 맺으면서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해 왔는가’를 테마로 개관했다. 메이지시대 이후 100년 만에 지어져 화제를 모은 일본 최대 규모의 국립박물관으로 ‘바다의 길, 아시아의 길(海の道, アジアの路)’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옛날부터 아시아 국가와의 교류를 통해 번성했던 이 지역에 잘 어울린다. 후쿠오카 인근의 유명 관광지 다자이후텐만구(太宰府天満宮)에서 무빙워크로 층층이 연결되어 접근성이 좋다. 에메랄드빛 외관이 돋보이는 박물관을 들어서면 1층에 아시아 문화의 체험형 전시공간 ‘아짓파’(あじっぱ)가 자리하고 있다. 오감(五感)으로 아시아의 문화와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얼핏 .. 2023. 3. 22.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