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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박물관 이야기

보고 만들고 노는 데 충실해지는 곳, 일본 도쿄장난감박물관

by 뽀키2 2023.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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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많은 사람이 한마음으로 만든 박물관이다. 폐교를 활용했다는 점, 자연친화적이라는 점, 봉사자들이 운영의 중심이 된다는 점이 반가워 달려간 곳이다.

도쿄장난감박물관
도쿄장난감박물관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우리의 방식과는 아주 달랐다. 도쿄장난감박물관은 비영리활동법인 일본굿토이위원회(예술놀이창조협회)가 폐교된 신주쿠의 요츠야 제4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해 1984년 개관했다. 개관할 때 ‘한구좌관장’이라는 모금 프로그램을 통해 기부자들을 명예관장으로 모셨다. 여기에 자원봉사자들의 금쪽같은 시간들이 쌓였다. ‘세계의 장난감과 친구가 되자’는 슬로건으로 ‘보고, 만들고, 논다’는 세 가지 기능에 집중했다.

박물관 후원자의 이름을 정육면체 나무에 새겨 차곡차곡 보관한다.
박물관 후원자의 이름을 정육면체 나무에 새겨 차곡차곡 보관한다.

교실에는 전 세계에서 수집한 수만 점의 장난감들이 펼쳐져 있다. 가라쿠리, 즉 전통 자동인형들도 빠지지 않는다. 마음을 치유하는 나무장난감도 있고, 망가진 장난감을 고치는 ‘장난감병원’도 구성돼 있다. 아이들은 실험실에서, 전시실과 테마 공간에서 기발한 장난감들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신나게 ‘논다’. 장난감을 만들어볼 수 있는 공방도 있다. 대표적인 ‘핸즈 온’ 박물관이 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은 꿈꿔봤을 신기한 장난감들로 가득 차 있는 아이들의 천국은 어른들에게는 잃어버린 동심의 세상을 되돌려주기도 한다.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20% 이상의 재방문율을 기록하는 건 그 때문일 것이다. 이 박물관의 가장 큰 자랑은 ‘나무놀이터’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장난감이 원목 소재로 안심하고 놀 수 있도록 잘 다듬어져 있다. 실내 곳곳에 배치된 가구 역시 원목이다. 전시된 장난감을 구입해 그 추억을 오래도록 간직할 수도 있다. ‘빨간 앞치마’를 두른 자원봉사자들도 감동적이다. 낯선 장난감 앞에서 어리둥절해하는 사람에게 어느새 다가와 친절하게 노는 방법을 설명하면서 놀이의 즐거움과 기쁨을 전해주고 있었다. 평일에는 10명, 주말에는 15명 정도가 봉사활동을 하는데, 1년간 4,000여 명의 지역민들이 연간 3,000만 엔(4억 4,000만 원) 정도의 비용을 절감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등록자 수는 약 350명, 10대부터 80대까지 연령층도 직업도 다양하다.

다양한 가라쿠리 장난감들. 박물관은 장난감공방, 장난감병원 등도 갖추고 있다
다양한 가라쿠리 장난감들. 박물관은 장난감공방, 장난감병원 등도 갖추고 있다

이곳은 노인들을 위한 융복합공간이기도 하다. 박물관이 노인복지센터와 함께 있어 이용하는 어르신들을 장난감박물관 큐레이터로 활동하게 만들었다. 지역주민과 연계한 성공적인 사례로 호평을 받았다. 연간 2회 노인들을 위한 큐레이터 양성강좌가 개최되는데, 이틀 동안의 강좌에서 장난감박물관의 역사와 놀이의 매력을 배우게 된다. ‘자격취득을 목표로 한 강좌’가 아니라 ‘봉사활동을 하기 위한 연습’이라 못 박은 지원조건 또한 감동적이다. 도쿄장난감박물관의 ‘나무장난감을 통한 사회공헌’은 감동을 이어간다. 신주쿠구청과 계약을 맺고 신주쿠에서 태어난 아기에게 나무장난감을 선물하는 ‘우드 스타트(Wood Start)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다. 나무를 성장의 배경이자 도구로 삼게 하자는 것. 아기들에게 보내는 나무장난감은 모두 구청과 자매결연을 맺은 나가노현의 목재업체가 제작을 담당한다. 이를 계기로 나가노현은 나무장난감을 지역의 주요 산업으로 육성하기로 결정했고, 신주쿠구청은 이 운동을 여러 지자체에 확산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자체 중 반 정도만 참여해도 사양산업으로 전락한 임업과 목공업이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는다고 했다.

강좌를 통해 장난감의 역사와 놀이의 매력을 배운 자원봉사자가 언제나 놀이의 즐거움과 기쁨을 전해준다
강좌를 통해 장난감의 역사와 놀이의 매력을 배운 자원봉사자가 언제나 놀이의 즐거움과 기쁨을 전해준다

시민이 만든 박물관, 문화를 전하는 박물관, 세대를 잇는 박물관. 이런 각오는 무엇하나도 쉽지 않은 일인데 이 작은 ‘핸즈 온’ 공간에서 이 세 가지의 성취를 확인했다면, 과연 믿으실지. 타다 치히로(多田千尋) 관장의 말에 그 신념이 녹아 있다. 

 

 

- 인간이 맨 처음 만나는 예술은 장난감입니다.

삶의 용기와 기쁨을 주었던 장난감은 위대한 존재입니다.

이곳은 ‘놀이’의 매력을 ‘예술’의 힘과 융합시킴으로써 창조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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