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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이야기

역사의 가치를 더해가는 두 이름의 도시, 후쿠오카(福岡) #1

by 뽀키2 2024. 5. 20.

-뮤지엄을 통해 본 후쿠오카(福岡)의 잠재적 가치

 

서양의 오랜 타자였던 동양. 근동. 중동. 극동 등은 모두 서양식 발상의 명명이다. 『아시아의 역사저자 마츠다 하사오(松田壽男) 서유럽을 기준으로 그 척도에 아시아를 맞추어보고 그 척도에 맞지 않는 것을 아시아적이라고 정의한다고 얘기했을 정도다. 영국시인 R. 키플링은 그의 시 ()과 서(西)의 발라드에서 동양과 서양, 이 쌍둥이들은 더 이상 만날 수 없으리라고 노래했지만, 백남준의 작품 <바이 바이 키플링 Bye Bye Kipling>으로 허사(虛辭)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하지만 모두들 다시 정의내려질 아시아는 이제까지 알고 있던 아시아와는 많이 다른 모습일지 모른다고들 생각했다. 

  현대 일본이 '서구'의 일부인지, 아니면 '아시아'의 일부인지에 대한 질문은 오랫동안 국가 정체성에 대한 현대일본 담론의 중심이 되어왔다. 한편, 전후 시대에, 정치권력의 중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나름의 방식으로 세계화된 후쿠오카를 포함한 규슈 북부지방은 자신만의 특정한 지역 정체성을 형성했다. 그 과정에서 일본은 많은 도시를 '창조도시'로 발빠르게 출발시켰고, 도시환경보다도 문화적 환경에서 창의성이 나타날 거라는 생각을 일깨워 주었다. 하지만 우려되는 것은 시민들이 도시의 역사적 맥락과 지역 문화의 독특함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면 상품의 소비에서 경험의 소비를 향한 꾸준한 변화는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 우려하고 있었다. 도시는 장기간에 걸쳐 유기적으로 발전하지만, 도시가 돈을 쓰면, 시간이 흐르면서 투자한 것을 달성할 수 있다고 사람들은 잘못 믿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도시발전을 위해 역사적 맥락과 지역 문화의 독특함을 이해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시민이 모두 참여하여 꾸준하면서도 근본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한, 도시의 발전은 상상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도시는 문화를 창조하는 능력을 더 믿고 투자해야 하며,  소프트 파워를 평가하는 방법에 대한 토론도 결코 소홀히해서는 안된다. 현재의 도시들은 다양한 거주 가능성에 대한 추상적 아이디어에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일본은 메이지유신(明治維新) 이래 탈아입구’(脫亞入歐)노선을 택해 왔다. 메이지시대를 대표하는 일본의 계몽사상가인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 일본의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중국과 조선 등 아시아 국가들의 대열에서 벗어나 서양 문명국가들과 진퇴를 같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탈아입구론은 제국주의와 군사대국주의, 그리고 일본의 대외침략정책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서구 사회의 일원이 되었다는 생각은 일본의 착각이었을 뿐이다. 이제 일본의 새로운 선택은 탈구입아’(脫歐入亞)일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붐은 그동안 일본인이 추구해 왔던 백인문화 중심주의에 대한 반성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아시아붐은 일본인이 아시아권에 대해 지니고 있던 우월감을 완화시키는 것에 일조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렇게 상황이 바뀐 것을 두고, 후쿠오카 시민들은 문화적 교류확대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현재의 가치에 부합하는 이상적인 이미지를 새롭게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후쿠오카는 기대 이상의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도시라고 생각한다.

 

fukuoka-japan-skyline
fukuoka - skyline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겪었고 먼저 실험했다. 먼저 절망하고 먼저 희망을 찾았다. 가야 할 길을 모색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일지도 모른다. 시행착오는 필수라 하더라도 상처의 크기 정도는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21세기에 들면서 후쿠오카는 아시아의 현관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웠고, 문화력(文化力)으로 세계를 향한 아시아의 문()을 만들면 '도시의 매력이 곧 도시의 경쟁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들의 오만한 캐치프레이즈가 곳곳에서 단순히 오만에만 그치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었다. 모든 것이 긍정적이지는 않지만, 일본은 일반적으로 다른 문화와 충돌하고, 모방하고, 융합함으로써 문화가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후쿠오카에는 대륙의 영향을 받았을 것 같은 독특한 측면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자신의 문화와 독창성을 더욱 발전시킴으로써 도시는 국제적 경쟁력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보이는 듯하다. 

  후쿠오카의 도시개발에 있어 주요 전략은 동아시아, 특히 중국, 한국 등, 아시아 기업을 유치하고, 후쿠오카에 투자하게 함으로써 일본의 아시아 관문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후쿠오카의 기업들은 후쿠오카를 동아시아로 향하는 일본의 관문이라는 이미지를 빠르게 구축해 왔으며, 이러한 점에서 후쿠오카를 보다 아시아 친화도시로 만들기 위해 지방 정부와 깊은 동맹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소프트 로케이션 요소를 개발 및 육성하기 위해 구상된 창조도시 개념은 기존의 소프트 인프라를 국산화하여 장소성 및 브랜드 전략에 통합할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러한 시도는 경쟁력 중심의 민간 부문과 공공 부문 주도의 예술문화진흥정책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찾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가장 절묘한 후쿠오카의 노하우(know-how)라고 믿어지는 부분이다.

  일본 후쿠오카는 고현학(考現學, modernology)으로 도시의 이미지를 풀어간다. 의미가 배제된 사물을 수천 년 후에 누군가 발굴했을 때 그가 그것에서 어떤 가능성을 찾아낼 수 있을까?, 그런 생각들로 사물의 한계치를 넓혀갈 수 있을까? ‘그렇다는 것이 고현학의 기본 생각이다. 일본의 건축 미학자이자 미술평론가인 곤와지로(今和次郞, 1888~1973)가 창안한 고현학은 현대사회의 모든 풍속, 세태, 유행의 흐름 등을 연구, 조사・기록하여 규명하려는 학문이다. 그는 사물을 신구(新舊)의 차이만으로 서술하지 않는다. 오히려 존재의 본질을 재미있게 드러내면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이 고현학의 장점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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