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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박물관 이야기

소중하지만 무심했던 것들의 재발견, 문경 옛길박물관

by 뽀키2 2023.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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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공부의 가장 큰 덕목은 그것이 우리가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옛길박물관 전경
전경

 인문학의 새로운 길을 만드는 문경 옛길 박물관

옛것에 미루어 새로움을 발견하고 옛것을 본받아 새로움을 만들어 가는 삶을 생각하면 역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박물관은 참으로 귀한 공간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한데 모아서 보여주는 것’에서 ‘관람객이 경험하는 것’에 더 큰 비중이 실리는 시대가 되면서 박물관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규모의 장대함보다는 콘텐츠를 통한 체험과 감동의 크기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제 전시의 성공 여부는 역사를 반추하는 아이디어를 어떻게 발휘하느냐에 달려 있다.길이 있는 곳에 사람이 있었고, 사람이 사는 곳에는 길이 있다. 옛길을 걷다 보면 사람은 길을 걸으면서 길들여진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사람이 다니라고 만든 길은 몸만 옮겨놓지 않는다. 몸이 가는대로 마음이 간다. 이 행로(行路)는 눈에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역사에 대한 궁금증도 우리 삶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하지 않는가. 우리의 삶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위의 역사 고개의 문화 담겠다는 문경의 옛길박물관 옛길 주제로  국내 유일의 박물관이다. ‘새재를 넘어가면  세상이 보이는데라고 노래했던 바로  ,

옛길박물관 현관
현관

우리나라 문화지리의 보고라고 할 수 있는 문경새재 입구에 자리한 옛길박물관은 옛길 위에서 펼쳐졌던 여러 가지 문화를 담고 있다. 문경새재는 조선시대 간선도로 중에서도 가장 중요했고 또 통행량이 많았던 영남대로의 허브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옛 사람들은 여행을 하면서 무엇을 생각했으며, 괴나리봇짐 속에는 과연 무엇이 있었을까? 이런 사소한 질문에 대한 답에서부터 옛길에 대한 기록과 유물까지 많은 것을 만날 수 있다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대동여지도 위에 서서 길에 대한 고산자 김정호의 생각을 품고, 찬찬히 옛길 걸을  있도록 꾸며놓았다.

전시실 바닥에 그려진 영남대로를 딛고 서면 문경새재를 알 수 있는 독특한 느낌의 전시공간
전시공간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지도예찬–조선지도 500, 공간•시간•인간의 이야기(2018.8. 14-10.28)를 본 후에 옛길박물관에 들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진 전시실 중간쯤 걸린 초정 권창륜 선생의 영남대로 휘호 앞에서는 다리에 불끈 솟는 힘이 느껴진다. 과거길로 유명한 문경새재를 조망하면서 옛길 위에서 이루어졌던 각종 여행기와 풍속화, 중요민속자료 제254호인 문경 평산 신씨 묘 출토복식과 같은 문경의 문화유산도 함께 볼 수 있다. 그뿐 아니다. 길을 생각하면 누구나 노래를 떠올린다는 점에 착안, 우리의 무형유산인 아리랑의 다양한 노랫말을 서예가의 작품으로 만들어 모아둔 것도 큰 볼거리다.

초청 권창륜 선생이 쓴 영남대로
영남대로

향토사 중심의 문경새재박물관이 2009 옛길박물관으로 다시 문을 연 것은 정말 잘한 일이다. 옛길 위에서 펼쳐졌던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한데 모으려 한 시도는 기발했다. 역사에다 문화를 가둘 수 있는 엄청난 가능성의 박물관으로 변신한 것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착안, 2007 9월 첫 코스를 연 제주올레는 일본에 의 콘텐츠를 수출하기에 이르렀고, 전국 각 지역에 길 만들기 선풍을 일으켰다. 몰래길, 둘레길, 물소리길, 예던길, 외씨버선길 등. ‘‘큰길과 집을 연결하는 짧은 골목을 가리키는 제주방언 올레가 집으로 이어지는 길이라는 따뜻한 콘셉트로 성공한 것이다. 제주와 문경의 ’길‘을 향한 다양한 시도는 튼실하게 그 빛을 보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옛길
옛길 모음집

 생명이 있는 것은 모두 길 위의 인생을 살고 있다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배워서 걷는 것이 길이 아니라, 걸으면서 배우는 것이 길이다. 이제, 옛길박물관은 역사 속의 길을 재현해 보라. 사람의 길, 역사의 길. 신라스님들이 천축국으로 떠난 길, 독립운동가들이 북만주로 떠난 길 등도 모두 찾아 옛길 박물관에서 만나게 하면 좋겠다. 박학독행(博學篤行)의 길을 나선 선현들의 행로를 가르쳐주는 곳, 가지 않은 길로 역사를 바꿔놓은 위인들이 나선 불기(不覊)의 길도 만천하에 알리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

서예 작품으로 만나는 아리랑의 다양한 노랫말

옛길박물관이 이제 인문학의 새로운 길을 만들어나갈 거라고 믿는다. 한국인에게 길은 명백하게 형이상학적이므로, 물길, 바람길, 하늘길에다 출세길, 인생길도 찬찬히 볼 수 있는 그런 박물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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