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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시대의 문화현장

⓫ 무슨 일 있겠어?

by 뽀키2 2023. 6. 30.

글쓴이

디지털시대를 맞은 지금이 문명의 일대 전환기 같다는 생각을 한다. 문화의 위기를 넘어 인간의 위기까지 생각해 보게 된다. 인공지능, 알고리즘, 유전자 편집…다가올 미래는 과거의 여러 방법으로는 분명 감당하기 어렵다. 삶의 의미는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지 조차도 곧 인공지능에게 묻는 시대가 될 것이다. ‘기술이 당신에게 봉사하게 해야지 당신이 그것에 봉사하는 식으로 만들지 말라.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기술이 당신의 목표를 지시하기 시작한다’고 많은 학자들은 경고했고, BBC PD 출신 저널리스트 마거릿 헤퍼넌(Margaret Heffernan, 1955~ )은 ‘의도적 눈감기(Wilful Blindness)’란 말을 찾았는데, ‘뇌의 본능과 어긋난다면 고의로 무시해버리는 현상’을 가리키는 이 말은 ‘보고도 못 본 척하는 뇌의 비겁한 인간의 속성’을 뜻하는 말로 굳어졌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는 경고성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물론, ‘대부분의 생물학자들은 ‘왜’라는 질문을 과학적인 질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어떻게’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 스웨덴의 철학자 닉 보스트롬(Nick Bostrom, 1973~ )이나, 일찌감치 인간-컴퓨터 상호작용분야를 연구한 더글러스 엥겔바트(Douglas Engelbart, 1925-2013)가 ‘컴퓨터는 AI, 즉 인공지능이기보다는 IA(Intelligence Amplication), 즉 인간지능 확장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는 말은 혹 위안처럼 들리지만 현실감은 떨어진다.

과연 예술은 인간만이 가능했던 영역까지 진출한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사라질 것인가, 아니면 남아 있을 것인가. 퇴화의 시대, 디지털이 인간의 창작한계를 극복해줄 수 있다고 감히 믿어본다. 구조의 단순화가 퇴화라는 건 인간의 편견일 뿐이다. 퇴화(devolution)는 반의어인 진화의 일환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퇴행적 진화’라고도 한다. 말의 발가락 수가 감소하는 것은 발가락 편에서 볼 때는 분명히 퇴화이지만, 다리 전체로 보면 달리는 능력은 분명 진화한 것이다. 땅속에서 꽃이 피는 식물 코멜리나 벵갈렌시스(Commelina benghalensis)도 ‘적자생존’으로 살아남은 결과가 아니겠는가. 그래서 인트랙티브 아트(Intractive Art)가 살아남으리라는 예상들을 한다. 인터랙티브 아트는 좁게는 디지털 아트, 넓게는 미디어 아트에 포함되는 융복합적 예술장르다.

 

 

 

‘인간과 기술의 만남’을 표현한 인터랙티브 아트는 단순히 상업적인 영역을 넘어 실제로 다양한 예술영역에서 활발히 진행 중이다. 관객이 직접 작업에 참여함으로써 관객 스스로가 작업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게 되고, 이러한 경험은 다시 ‘재미’로 다가온다. ‘상호작용’으로 비로소 작품이 완성된다. 무엇보다 창의성이 중요한 장르가 바로 이것이다. 그리고 표현의 한계를 느끼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디지털 시대의 한 풍경이 되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다름이다, 예술은 등수를 매기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던 백남준(1932-2006. 비디오 아티스트)은 우리가 만나는 첫 이정표가 된다. ‘다름’은 길들여진 고정관념을 깨고 나오는 것 아닌가. 어느 비평가가 백남준을 가리켜 ‘세계적 보편성(universality)을 만든 사람’이라고 표현한 것을 들었다. 그는 ‘바이 바이 키플링’(1986)으로 ‘동은 동, 서는 서, 쌍둥이는 만날 수 없도다’라고 노래한 시인 루드야드 키플링의 단언을 무색하게 한 것이라든가, ‘굿모닝 미스터 오웰’(1984)로 매스미디어를 ‘세계가 만나는 현장’으로 만들어 조지 오웰의 비관적 예언을 빗나가게 한 ‘위대한 사람’으로 백남준을 꼽았다. 요즘 주가가 높은 K-콘텐츠의 뿌리를 보는 것 같았다.

 

마가렛 헤퍼넌 前 BBC PD, 닉 보스트롬 교수 ,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바이얼리니스트 박지혜 공연포스터, 마이클 오스본 교수
마가렛 헤퍼넌 前 BBC PD, 닉 보스트롬 교수 ,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바이얼리니스트 박지혜 공연포스터, 마이클 오스본 교수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게 기술과 예술을 결합하려고 다양한 도전을 해온 바이올리니스트 박지혜가 JM로보틱스의 인공지능로봇 유비텍 알파와 세계 최장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혁신기술에 예술을 더한 마음치유 프로젝트였는데, 그녀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활용하는 'AI 퍼포머'로 독일에서 TED강연을 진행하기도 했던 재원이다.

『2013 옥스포드 마틴 스쿨 연구보고서』는 로봇과 인공지능기술의 발달로 자동화의 위험성이 점점 커지고 있지만, 아직은 다른 직업에 비해 자동화될 가능성이 낫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직업의 미래’를 연구하는 마이클 오스본(Michael A. Osborne) 옥스퍼드대학 교수는 ‘가치를 창조하고 희소성이 있고 모방이 어려운 일이 앞으로 부상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즉, 미래에는 기계가 대신하기 어려운 ‘창의적인’ 작업을 필요로 하는 일은 사라지지 않고 지속가능할 거라는 얘기다. 이런 주장에 조금 안심이 된다면, 미래의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감성이나 감정을 요구하는 직업은 미래에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 예술가나 테라피스트(음악치료, 미술치료 등)가 대표적이다.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영역을 찾아 특화시키는 것이 '기계와의 전쟁' 시대에 적응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숱한 위안 속에만 빠져있을 시간이 없다.

미래의 문화현장이 디지털로 빨려 들어가는 걸 굳이 말려보는 이유는 괜한 자존심일지도 모른다. 기성복에 밀리던 맞춤복처럼, 영양가에 밀리는 손맛처럼. 빅데이터에 밀리는 경험치처럼. 그러나 독한 비판과 비평에 괜한 맘 쓰지 않고, ‘좋아요’와 ‘댓글’로 자기만족을 만끽하고 쓴웃음을 슬쩍 참기만 하면…그렇게 시간은 지나갈 뿐이다.

제발 가만히들 계시지 마시길.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분명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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