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대의 문화현장18 ❽구차한 딜레마 명심하라. ‘깊고, 좁게’ 알면 AI에 먹힌다 IBM이 만든 체스 특화 인공지능 컴퓨터 딥 블루(Deep Blue)는 칩테스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1996년 당시 세계체스챔피언이던 가리 카스파로프를 이겼으며, 2016년 구글의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 알파고는 이세돌도, 중국의 커제도 이겼다. 이게 AI등장을 알리는 제일 유명한 신호탄이었다. 이미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인공지능’의 여러 기능과 부작용, 그리고 적응법 등을 애써 외면할 이유는 없다. 디지털 시대에 인공지능은 이미 필수사항이 되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기 때문이다. 평소 인공지능을 생각하면 벅찬 기대감도 있겠지만 어떤 점이 두려운지, 어떤 문제가 우려되는지, 보통 인간의 삶과도 잘 어울릴 수 있는지 등을 알고.. 2023. 6. 10. ❼ 신인류 전성시대 한때 개와 고양이도 구분하지 못하던 AI가 드디어 인간을 속일 수 있는 수준으로 우리 곁에 불쑥 다가왔다. ‘AI가 변하느냐, 인간이 변하느냐, 그것이 문제’이기도 하고, 인간과 비인간(레플리컨트)으로 구분되는 ‘공감 능력’ 확장에 누군가는 무진 애를 쓰고 있다. 우리가 그냥 초록별에 살고는 있지만 그냥 ‘신인류’라고 구분 짓는 시대가 왔다. 우리는 상큼한 노랫말과 실험적인 사운드로 1990년대를 주도하던 그룹 015B의 노래를 통해 꽤 낭만적으로 ‘신인류’를 만났지만, 오늘날의 ‘신인류’는 단순한 생활양식뿐 아니라 여러 가지 등장 배경을 지니고 있어서 다양한 미래사회를 떠올려준다. 먼저, 1999년 존 D. 나일스가 만들어 낸 ‘호모 나랜스(homo narrans:이야기하는 인간)’이다. 디지털 수다쟁.. 2023. 6. 8. ❻ 줄탁(啐啄)혁명 ‘4차 산업혁명’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디쯤 와 있는지 그야말로 궁금하기 이를 데 없다. 모두들 분위기만 잡고 기다리기만 할 뿐이다. 상상하지도 못했던 큰 변화가 온다는데 도저히 감을 잡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대세가 될 거라는데, 백안시할 수도 없는 일이다. 1차 산업혁명이 기계화 과정에서 물과 증기의 힘을 사용했다면, 2차 산업혁명은 전기에너지를 이용해 대량생산 체제를 만들어 냈다. 뒤이은 3차 산업혁명에선 전기기술과 정보기술을 이용해 자동화된 생산체계를 만들어냈다는 건 다들 아는 사실. 아직까지 구체적인 모습이 나타나진 않았지만 현재의 4차 산업혁명은 디지털혁명이라는 3차 산업혁명 과정의 기반 위에서 창조되고 있다고들 평가한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 2023. 5. 26. ❺ 위대한 당신의 10초 디지털 시대, 네티즌들의 작은 행동들이 쌓여서 감동적인 일을 해낼 수 있도록 발전하는 것은 무척 놀라운 일이다. 또 그것들이 무심한 가운데, 사회적 기여, 인류에 대한 기여로 이어져 눈앞에 펼쳐진다면 여간 가슴 벅찬 일이 아닐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이미 크고 작은 경험들을 했고, 많은 사람들은 오늘도 그 위대한 일을 애써 이어가고 있다. 나치 독일의 암호기 에니그마를 해독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이미테이션 게임』의 주인공인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1912~1954)은 1950년 자신의 논문에서 “어떤 존재든 인간과 비슷한 지적 행위를 보이면 지능이 있다고 인정하자”고 제안하면서, 사람인지 컴퓨터인지 구분하는 간단한 테스트를 ‘튜링 테스트’라고 불렀다. 말하자면 기계가 사람과 대화를 나눈 뒤, 대화를 나.. 2023. 5. 21. ❹ 이제 당황스럽진 않지만 미국의 사회학자 레이 올덴버그(Ray Oldenburg)는 제1의 장소인 가정, 제2의 장소인 일터 혹은 학교에 이어,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리는 곳을 ‘제3의 장소(The Great Good Place)’로 규정했다. 그의 말처럼 ‘비공식적 공공생활’이 일어나기 위해 필요한 장소는 실재를 전달하는 기호(sign)같은 존재가 가득하고, 지적 호기심이 다양한 재미로 이어지는 곳일 테니까. 나는 그 ‘제3의 장소’가 오롯이 뮤지엄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했었다. 디지털시대에 알게 모르게 현실이 된 듯한 느낌의 몇 곳을 소개한다.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뮤지엄은 대중의 참여를 위해 '갤러리 원(Gallery One)'을 만들었다. 이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꾸민 까닭은 미술관이 커지면서 새로운 역량을 키우고 새.. 2023. 5. 16. ❸ 기억하고, 기억하고, 기억하는 기술 죽은 자의 흔적이 산 자의 기억과 어울려 철저한 계산 아래 그 기억을 이어가는 박물관이 있다. 미국 뉴욕 9/11 메모리얼 & 박물관. 나는 들어서면서부터 알 수 없는 울컥거림 때문에 관람 내내 힘이 들었던 기억이 여태 남아 있다.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의 서사시 《아이네이스(Aeneis)》의 한 구절(‘시간이 지날지라도 그대들이 기억에서 지워지는 날은 결코 오지 않을 것이다’)로 떠난 자들을 위로하는 그곳에 2011년 9월 11일 개장된 9/11 메모리얼 파크가 있다. 5000:1의 경쟁을 뚫고 당선작으로 선정된 작품 (Reflecting Absence)는 무척 인상적이다. 쌍둥이 빌딩이 서 있던 자리에 설치된 2개의 폭포 조형물에선 엄청난 양의 물이 쉼 없이 쏟아져 내린다. 테러로 인해 희생된 이들.. 2023. 5. 13. 2. 사이버Cyber는 빵이다 오태영의 희곡 『빵』(1984)을 보면 빵은 다양하게 정의되어, 무대 위에서 거대담론을 이끌어낸다. 특히 극의 시작인 사미승과 노승의 대화는 압권이다. 그 ‘빵’에 주목해보니, ‘사이버’가 이해된다고 하면 믿으실런지. 사이버(cyber)란 현실 세계가 아니라 인간의 상상 속에 존재하는 것으로, 주로 인터넷 같은 통신환경을 통해 정보가 교환되고 공유되는 세계를 가리킨다. 예를 들면, 사이버뮤지엄은 인간의 상상력이 현실화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디지털 기술로 소장품을 멀티미디어 정보로 전환, 데이터베이스에 보존하고, 네트워크를 통해서 공개하는 사이버뮤지엄은 기존의 뮤지엄(Real Museum)에 변혁을 요구하는 존재일 뿐 아니라, 자료의 영구보존이라는 명제와 라는 개방이 동시에 가능한 뮤지엄의 미래에 대해.. 2023. 5. 8. 1. 오늘, 무엇을 공부하고 싶은가? 명성이 자자하신 분들의 메시지로, 디지털시대, ‘교육의 미래’를 먼저 이야기해 보자. 니콜라스 네그라폰테(Nicholas Negroponte, 1943~)는 현대의 노스트라다무스라는 별명이 어울리는 그리스계 미국인이자, MIT 미디어랩 설립자. 자신의 랩탑을 맡기며 분실하면 보험처리를 위해 가격이 ‘얼마쯤 되는 지’ 묻는 말에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가 들어 있다고 답했다는, 지식과 정보의 가치를 아주 간단하게 가르쳐 준 일화는 유명하다. 우리에게 ‘디지털’을 가르쳐 준 그는 이렇게 말한다. "30년 내로, 우리는 문자 그대로 정보를 소화할 수 있게 된다. 정보가 혈류에 있다면 특정한 매커니즘으로 이 정보를 뇌에 비축할 수 있다. 우리는 알약을 먹어서 영어나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배울 수 있다". 그는 .. 2023. 5. 2.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