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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 마음을 깁는 한 땀 한 땀 인문학 - 대구, 박물관 ‘수(繡)’

고운 마음을 깁는 한 땀 한 땀 인문학 [대구, 박물관 ‘수(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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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구 법원 뒤 한적한 주택가 골목을 걷다 보면, 도심의 소음이 무색해지는 한 고요한 공간을 마주하게 되는데, 이곳은 우리 전통 자수에 담긴 여인들의 간절한 염원과 인고의 시간이 머무는 집, 박물관 ‘수(繡)’. 누군가에게는 소박한 옛 물건의 전시장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 개인의 지독한 열정과 우리 민족 특유의 정교한...

조선시대 도공들이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백자를 만들었는지를 보여주는 잘 보여주는 유물들

파기장(破器匠)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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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 도자기를 굽던 사옹원(司饔院)의 분소인 분원(分院) 가마터, 뜨거운 열기가 가시지 않은 가마 안에서 갓 꺼내진 도자기들은 저마다 눈부신 자태를 뽐냈을 것이다. 도공의 땀과 흙의 기운, 그리고 불의 우연이 만들어낸 이 결과물들 앞에서 모두가 감탄하고 있을 때, 오직 한 사람만이 서늘한 눈빛으로 그릇의 결을 훑는다. 그는 도자기를 만드는 이가 아니다....

4차 산업혁명, 그 ‘지적 애매함’

4차 산업혁명, 그 ‘지적 애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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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파도가 우리의 일상을 덮치고 있다고 난리들이다. 3차 산업혁명의 절정일 뿐 4차 산업혁명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람들도 시끌벅적, 그 수가 적지 않다. 현란한 용어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유독 우리의 귓전을 맴도는 단어들이 있다. 바로 통합, 융합, 복합, 통섭, 하이브리드 같은 말들이다. 정치인의 연설문부터 기업 CEO의 신년사, 대학의 통폐합...

들판 위에 내려앉은 거대한 렌즈, 그 ‘느닷없음’의 미학

들판 위에 내려앉은 거대한 렌즈, 그 ‘느닷없음’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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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돗토리현 ‘우에다 쇼지 사진미술관’ 우리는 흔히 예술의 정점은 도심의 화려한 갤러리나 국립박물관의 엄숙한 조명 아래에 있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진정한 예술적 체험은 예기치 못한 곳에서, 마치 뒤통수치듯 찾아오는 법이다. 일본 돗토리현 호키초(伯耆町), 다이센(大山)의 산기슭을 달리는 차창 밖의 평범하고 목가적인 시골 들판, 그 평온한 수평의 풍경 위로, 돌연 기하학적인 콘크리트 큐브...

캐나다 클린튼의 '바퀴 달린 학교(CNR School on Wheels) 박물관' 전경.

설원을 달리던 교실에서 발견하는 ‘참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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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클린튼의 ‘바퀴 달린 학교(CNR School on Wheels)박물관’ 캐나다 온타리오주 클린튼. 지평선이 끝없이 이어지는 이곳 한 모퉁이에 햇살에 바랜 초록색 화물 열차 한 칸이 멈춰 서 있다. 이름하여 ‘바퀴 달린 학교(CNR School on Wheels)박물관’. 낡은 철문이 열리는 순간, 우리는 '참교육'의 심장 소리를 듣게 된다. 그저 고철 덩어리처럼 보이겠지만, 전 세계...

유네스코가 지정한 음악창의도시 75개가 표시된 세계지도.(2024년 기준).

음악창의도시 ‘대구’의 역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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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는 한때, 도시의 공기를 바꾸어 놓은 음악FM이 있었다. 무림제지가 운영하던 자체편성100% 음악전문방송 ‘한국FM’. 1980년 언론통폐합이라는 이름의 폭력 앞에서, 주파수 89.7MHz는 KBS 대구국으로 넘어갔고, ‘BBC 한국FM’이라는 이름도, 스튜디오도, 거기서 태어난 수많은 청취자의 기억도, 제도권 기록에서는 이제 거의 흔적을 찾기 어렵게 되었다. 언론통폐합은 단지 몇 개 언론사의 간판을 바꾸는 행정개편이 아니었다. 동양방송,...

우리가 제대로 울어본 적이 있었나

우리가 제대로 울어본 적이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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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240만의 대도시 대구는 유난히 2·3·4월에 깊은 상처를 가지고 있다. 2003년 2월, 중앙로 지하철 방화 참사. 1991년 3월, 개구리소년 실종 사건, 1995년 4월, 상인동 지하철 공사장 가스 폭발, 각각의 사건은 모두 “어쩔 수 없는 사고”라기보다, 국가·지자체·어른들의 책임이 한데 얽힌 인재에 가깝다. 지하철 참사 현장인 중앙로역에는 이제야 “추모 공간”이 만들어졌다. 한때는...

살리나스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국립 스타인벡 센터의 아름다운 해질녘 전경

아직도 세상 싸움판 한복판에 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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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의 뜨거운 태양 아래, 끝없이 펼쳐진 상추밭과 포도밭이 초록빛 바다처럼 일렁인다. '세계의 샐러드 그릇'이라 불리는 인구 15만의 도시 살리나스(Salinas). 이곳은 미국의 대문호 존 스타인벡(John Steinbeck)의 고향이자 그의 문학적 영혼이 깃든 곳이다. 오늘은 살리나스 다운타운, 메인 스트리트 1번지의 거대한 기억의 저장소, 국립 스타인벡 센터(National Steinbeck Center)를 찾아간다. 이 공간이 대도시가 아닌,...

‘조선의 산타클로스’라 불리는 대구부사 권문해(權文海,1534~1591) (일러스트:오금택)

‘누구 편이냐’고만 묻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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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계절이 돌아왔다. 거리는 다시금 원색의 물결로 뒤덮이고, 지지를 호소하는 확성기 소리만 광장을 메우고 있다. 그러나 그 소란스러움 속에서 정작 우리가 확인해야 할 본질은 흐릿하기만 하다. 세상은 유권자에게 끊임없이 묻는다. "당신은 어느 쪽인가?", "누구의 편인가?". 편을 정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강박은 진영 논리를 강화하고, 합리적인 이성은 설 자리를 잃는다. 다가오는...

경기도과천시의'추사박물관'전경

추사(秋史)의 일필휘지가 머문 자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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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秋史) 김정희(1786~1856)의 생애를 촘촘히 쫒아가며 수런수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의미 깊은 일이다. 모르는 사람도 없지만, 아는 사람도 없다는 추사(秋史). 그는 19세기 전반 고증학의 정수를 정확하게 파악했던 학자이며, 독창적인 추사체를 창안한 서예가이며, 금석학을 학문의 반열에 올려놓은 학자로 평가받는다. 오늘, ‘최면노인’, ‘백반거사’, ‘아념매화’, ‘향각자다처로향각노인’이라고도 불리운 추사(秋史)를 떠올리는 것은 역사의 맥락, 인연의 기묘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