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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제대로 울어본 적이 있었나
인구 240만의 대도시 대구는 유난히 2·3·4월에 깊은 상처를 가지고 있다. 2003년 2월, 중앙로 지하철 방화 참사. 1991년 3월, 개구리소년 실종 사건, 1995년 4월, 상인동 지하철 공사장 가스 폭발, 각각의 사건은 모두 “어쩔 수 없는 사고”라기보다, 국가·지자체·어른들의 책임이 한데 얽힌 인재에 가깝다. 지하철 참사 현장인 중앙로역에는 이제야 “추모 공간”이 만들어졌다. 한때는...

아직도 세상 싸움판 한복판에 그가 있다
캘리포니아의 뜨거운 태양 아래, 끝없이 펼쳐진 상추밭과 포도밭이 초록빛 바다처럼 일렁인다. '세계의 샐러드 그릇'이라 불리는 인구 15만의 도시 살리나스(Salinas). 이곳은 미국의 대문호 존 스타인벡(John Steinbeck)의 고향이자 그의 문학적 영혼이 깃든 곳이다. 오늘은 살리나스 다운타운, 메인 스트리트 1번지의 거대한 기억의 저장소, 국립 스타인벡 센터(National Steinbeck Center)를 찾아간다. 이 공간이 대도시가 아닌,...

‘누구 편이냐’고만 묻는 시대
선거의 계절이 돌아왔다. 거리는 다시금 원색의 물결로 뒤덮이고, 지지를 호소하는 확성기 소리만 광장을 메우고 있다. 그러나 그 소란스러움 속에서 정작 우리가 확인해야 할 본질은 흐릿하기만 하다. 세상은 유권자에게 끊임없이 묻는다. "당신은 어느 쪽인가?", "누구의 편인가?". 편을 정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강박은 진영 논리를 강화하고, 합리적인 이성은 설 자리를 잃는다. 다가오는...

추사(秋史)의 일필휘지가 머문 자리들
추사(秋史) 김정희(1786~1856)의 생애를 촘촘히 쫒아가며 수런수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의미 깊은 일이다. 모르는 사람도 없지만, 아는 사람도 없다는 추사(秋史). 그는 19세기 전반 고증학의 정수를 정확하게 파악했던 학자이며, 독창적인 추사체를 창안한 서예가이며, 금석학을 학문의 반열에 올려놓은 학자로 평가받는다. 오늘, ‘최면노인’, ‘백반거사’, ‘아념매화’, ‘향각자다처로향각노인’이라고도 불리운 추사(秋史)를 떠올리는 것은 역사의 맥락, 인연의 기묘함을...

역사의 ‘민낯’ 마주하기
몇해전, 어느 세미나장에서 ‘지방 소멸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어떻게든 지역의 이야기를 발굴해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자 하는 지자체의 절박함을 이성의 잣대로만 난도질할 일은 아니’라고 ‘동정론’을 펴던 한 분의 모습을 기억한다. 지역을 사랑하는 그 열정이 때로는 과속을 부르고, 그 과속이 본의 아니게 ‘역사 왜곡’이라는 안타까운 생채기를 남기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마이지엄’Myseum이 던지는 질문
누구나 세계의 문화예술현장을 다니다 보면, 가끔 신선한 충격을 주는 기획들을 마주하게 된다. 나에게는 최근에 알게 된, 캐나다 토론토의 ‘마이지엄’Myseum 오브 토론토(Myseum of Toronto)가 단연코 가장 도발적이고 혁신적인 사례다. 이름부터 심상치 않다. ‘My’와 'Museum’을 합쳐서 만든 합성어, Myseum(마이지엄), ‘나의 박물관’이라니. 그런데 이 박물관, 주소가 없다. 정확히 말하면 토론토라는 도시 전체가 주소다....

음악계의 중요한 인프라, 미래의 음악박물관 (캐나다 캘거리 ‘스튜디오 벨’)
유네스코가 지정한 음악창의도시를 고향으로 둔 나는 언제나 그 곳에 세워질 ‘음악박물관’에 깃들고 싶었다. 게다가 지역FM방송의 프로듀서를 지낸 경험으로 일조할 기회를 늘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시간은 살같이 흘렀고, 나는 마침내 캐나다 캘거리에서 꿈속에서나 만났던 그 박물관을 찾았다. 국립음악센터인 스튜디오 벨(Studio Bell). 이곳은 캐나다 최초의 국립 문화 기관으로 음악을 기념하는 곳이다. 캐나다...

트라팔가의 영혼이 되살린 숱한 기억들 (캐나다 온타리오 ‘콜링우드 박물관’)
오대호 조지안 베이의 남쪽 끝, 물길이 잔잔해지는 곳에 콜링우드(Collingwood)가 있다. 지도 위에서는 작은 점 하나에 불과한 이 도시, 그러나 가까이 다가갈수록 예상과는 전혀 다른 깊이를 드러낸다. 이 도시의 시간은 단순히 오랜 것이 아니라, 치열했고, 대담했으며, 때로는 가슴 아픈 선택의 연속이었다. 그 모든 기억이 고요히 숨쉬는 곳, 바로 ‘콜링우드 박물관’이다. 현재...

빈말 당부
언제부턴가 예술과 문화는 오래된 연인들처럼 여겨졌다. 문화예술은 일반적으로 문화와 예술의 결합어로 쓰이지만, 서로 다른 개념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예술이 감성적이라면, 문화는 이성적이다. 문화는 자신이 더 큰 개념이라 생각하고, 예술은 자신이 더 깊은 개념이라 생각한다. 문화는 인간 사회의 생활 양식과 가치관, 관습, 지식, 예술, 법률, 도덕 등 전반적인 사회 체계를 포함하는...

아닌 밤중 잡지타령[雜誌打令]
‘잡지’를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 해도, 지식산업의 기저는 ‘출판’이고, 흐름과 전파는 ‘잡지’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많은 미디어들이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뿐’인 사실을 지나칠 정도로 죄다 전하고 있지만, 잘 만든 잡지처럼 마음에 카렌다를 달아주진 않습니다. 잡지는 신문과 달리 비평이 기본입니다. 우리나라 문화현상이 혼란스러운 것도, 정치니 경제가 우스꽝스러운 것도, 지식의...




